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과 유니클로 운영사 패스트리테일링, 세계 최대 모터회사 일본전산 등 일본 대표 기업들의 미래를 불안해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창업자가 이미 고령에 접어들었지만 마땅한 후계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일본 미디어들은 일본전산 창업자인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의 후계자 세키 준 일본전산 사장이 회사를 떠난다고 26일 보도했다.
닛산자동차 임원 출신인 세키는 나가모리 회장이 2020년 삼고초려 끝에 사장으로 앉힌 인물이다. 나가모리 회장은 작년 6월 “빠른 판단력과 인격 등 모든 부분에서 최고경영자(CEO)에 적합하다”며 세키 사장에게 CEO 자리를 물려줬다. 하지만 1년도 안 된 지난 4월 나가모리 회장은 세키 사장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강등시키고 본인이 직접 CEO로 복귀했다. 실적과 주가 부진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세키 사장의 퇴임 소식이 전해진 지난 25일 일본전산 주가는 3% 이상 급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해 78세인 나가모리 회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일본전산의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프트뱅크그룹과 유니클로도 후계자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1981년 창업 이후 41년째 CEO를 맡고 있다. 올해 64세인 손 회장은 그동안 “60대가 되면 후계자에게 회사를 물려줄 것”이라고 말해왔다. 2015년 구글 출신인 니케시 아로라 부사장을 후계자로 지목했지만 그는 2년을 못 채우고 회사를 떠났다.
올해 73세인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의 후계자도 미정이다. 야나이 회장은 50대이던 2002년 사장 자리를 다마쓰카 겐이치 현 롯데홀딩스 사장에게 물려줬다. 하지만 실적 악화로 3년 뒤인 2005년 9월 CEO에 복귀했다.
야나이 회장은 2019년 8월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영권 세습으로는 기업이 잘 굴러가지 않는다”며 아들들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후계자 리스크에 노출된 기업들은 자신의 대에서 세계적인 대기업을 일군 ‘카리스마 경영인’이 이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가타 다카히토 류쓰과학대 특임교수는 “카리스마 경영인들이 자신과 동일한 기준을 요구하다 보니 후계자 선별에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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