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분양가가 3.3㎡당 1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잇따라 나온다. 고급 빌라와 오피스텔이 아닌 아파트 분양가격이 3.3㎡당 1억원이 넘는 것은 처음이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9년7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지는 등 침체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초고가 분양이 시장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강남구청은 지난주 감정평가 기준 추정 분양가격이 3.3㎡당 8500만원대인 삼성동 98 가로주택정비사업 관리처분계획안을 인가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은 감정평가 분양가보다 10~15%가량 높은 선에서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실분양가는 1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단지는 공급 가구 수가 30가구 미만이어서 분양가 상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오정혜 조합장은 “분양 시기는 확정하지 않았지만 일반 분양가를 3.3㎡당 1억~1억2000만원으로 책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뒤편 노후 빌라들을 재개발하는 이 단지는 효성중공업이 공사를 맡아 총 118가구(전용면적 40~133㎡)로 신축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27가구를 일반에 분양한다.
종전 서울 최고 분양가(3.3㎡당 6500만원)를 기록한 서울 송파동 리모델링 단지 ‘잠실 더샵 루벤’ 역시 일반 분양 물량이 30가구 미만이어서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갔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 중에선 작년 분양한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가 3.3㎡당 5653만원이 최고였다.
초고분양가 단지가 등장한 것은 부동산 규제가 심해지자 강남권에서 인허가가 쉬운 소규모 개발을 추진하는 단지가 늘고 있어서다. 강남·서초·송파 일대 30여 곳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통해 이 같은 방식의 분양이 추진되고 있다. 강남구 ‘나홀로 아파트’인 대치선경3차 재건축조합도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위한 감정평가를 하고 있다. 일반 분양가는 1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래미안대치팰리스 등 신축 아파트 시세가 3.3㎡당 1억원 내외다.
소규모 단지임에도 가격이 워낙 높아 분양 성공에 대해선 회의적 전망이 많다. 상반기에 주변 시세와 비슷하게 분양한 잠실 더샵 루벤도 아직 미계약 물량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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