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시니어 임대주택’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분양가 규제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등 사업 다각화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24일 롯데건설에 따르면 서울 마곡지구에서 건립 중인 임대주택 ‘VL 르웨스트’의 의료서비스를 인접한 이대서울병원에서 맡는다. 고령인 입주자들의 전문의 진료와 의료 상담, 건강검진을 이대서울병원이 도맡을 예정이다. 시니어 임대주택의 필수 인프라로 꼽히는 의료 서비스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국내 최고급 시니어 임대주택으로 손꼽히는 광진구 ‘더클래식500’의 의료 서비스를 건국대병원에서 맡고 있다는 점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VL르웨스트는 지하 6층~지상 15층 4개 동, 810가구 규모(전용면적 51~145㎡)로 만 60세 이상을 위한 임대주택이다. 롯데건설은 단지 고급화를 위해 다양한 기관과 협업하고 있다. 입주시설과 직원 배치 등 전반적인 관리는 롯데호텔이 맡기로 했다. 시니어 임대주택의 관리를 위해 특급호텔 브랜드를 내세운 것이다.
롯데건설이 시니어 임대주택 사업에 공을 들인 것은 그룹 차원의 신성장동력 발굴 차원에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초 사장단 회의에서 ‘바이오’와 ‘헬스케어’를 언급한 바 있다.
다른 업체들도 시니어 주택 사업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 최대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체)인 엠디엠그룹은 올 하반기 경기 의왕백운밸리에 선보이는 주거용 오피스텔 1300여 실 중 500여 실을 은퇴세대를 위한 ‘액티브 536’(가칭)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식사서비스가 제공되는 클럽라운지, 수영장, 피트니스, 골프연습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안정적 자산을 바탕으로 여가를 즐기는 ‘액티브 시니어’ 계층을 겨냥한 것이다.
빠른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국내 고급 시니어 임대시장은 아직 초창기에 머물러 있다. 보건복지부의 ‘노인복지시설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일본은 60세 이상인 고령인구가 3640만 명이고, 이 중 2%인 83만6000명이 실버주택(노인요양시설 포함)에 산다. 반면 한국은 850만 명 중 0.2%인 2만여 명만 입소해 있다.
고령층의 주택 매매거래가 늘어난 것도 고령인구의 구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3만1261건으로 2019년(9만2166건) 대비 44%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월 임대료가 수백만원에 달하는데도 1년 넘게 입주 대기가 걸려 있는 더클래식500 같은 사례가 나오면서 양질의 주거 서비스를 원하는 시니어 수요층이 두텁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건설업에서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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