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선거가 전·현직 대통령 간 맞대결 구도 속에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노동자당 대선 후보인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기자 간담회에서 경쟁자인 자유당 소속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을 겨냥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싸구려 복제품”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보우소나루가)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다”며 “거짓말과 가짜 뉴스로 선거관리기관에 맞서려 한다”고 말했다.
브라질 대선 투표일은 10월 2일이며 결선 투표는 같은 달 30일로 예정돼 있다. 브라질 대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1, 2위 후보가 결선 대결을 펼친다.
앞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자국의 전자투표 시스템에 허점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제기했다. 지난 16일 공식선거운동 시작 전후로 공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룰라 전 대통령에게 줄곧 선두를 빼앗기자 뒤처짐의 원인을 ‘여론조사 탓’으로 돌리기 위해서다. 브라질 일각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하고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1·6 의사당 폭동 같은 불상사가 브라질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3일 브라질 경찰은 보우소나루의 주요 지지세력인 유명 기업인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번 선거를 ‘선과 악의 대결’로 규정하며 역공을 펼치고 있다. 그는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해 “브라질을 황폐화할 악한 공산주의와 도둑”이라고 비판했다. 기독교계가 주축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룰라 전 대통령이 과거 아프리카 전통 종교의식에 참여한 영상을 온라인상에 공유하며 “미신 숭배자”라고 공격하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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