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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올려도 분양가 영향 0.1%수준"…시멘트업계의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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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업계가 오는 9월부터 시멘트값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시멘트 가격이 분양가 인상에 미치는 영향은 0.1%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레미콘과 건설업계가 분양가 급등이 우려된다며 시멘트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한 가운데 반격에 나선 것이다. 시멘트 제조 연료인 유연탄 국제 시세도 주요 원자재 중 유일하게 급상승하며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30평 아파트 1세대 짓는 데 드는 시멘트 비용 186만원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7개 시멘트 제조사 가운데 쌍용C&E와 아세아시멘트를 제외한 한일·한일현대·한라시멘트, 삼표, 성신양회 등은 내달 1일부터 시멘트가격을 일제히 11~15% 인상한다. 톤당 가격은 9만2000~9만4000원선에서 10만5000~10만6000원으로 평균 1만2000원 가량 오른다. 지난 2월에 가격을 올린 데 이어 7개월만에 또 올리자 건설업계와 레미콘업계는 분양가 및 자재값 인상에 따른 국민 피해가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멘트업계가 이번 인상폭(1만2000원)이 주거용 아파트 분양가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0.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아파트의 공사비를 산정하는 기준에 따르면 99㎡(30평형) 아파트 1세대를 짓는데 약 20톤의 시멘트가 투입된다. 현재 시멘트 평균 판매가격(톤당 9만3000원)을 반영하면 시멘트 구매비용은 약 186만원이다. 평(3.3㎡)당 가격은 약 6만 2000원이다. 통계청이 지난 6월 조사한 민간아파트의 평당 분양가가 약 1546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시멘트 구매 비용은 0.4%에 불과하다는 게 시멘트업계 주장이다. 시멘트가격이 9월부터 평균 14%인상되는 것을 반영해도 구매 비용 비중은 0.5%로 0.1%포인트 늘어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건설업계와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땅값과 인건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분양가에서 시멘트 가격 비중은 낮지만 주요 건설 자재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며 “시멘트 가격이 다른 비용 상승의 도화선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인도·호주發 악재에 다시 사상 최고치 근접한 유연탄값
국제 유연탄 가격이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게 오르고 있는 것도 시멘트업계가 인상을 철회하지 못하는 배경이다. 현재 시멘트가격은 유연탄 값이 현 시세 대비 3분의 1정도 였던 지난해 가격(톤당 평균 135달러)을 기준으로 형성됐다. 시멘트를 팔면 팔수록 손해만 커져 생산 중단을 고려해야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유연탄은 시멘트 제조 원가의 30%를 차지한다. 영국 유연탄가격 평가기관인 GCI에 따르면 지난 22일 톤당 460달러로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 5월 23일(톤당 463달러) 이후 3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GCI가 전망한 9월 평균 가격도 443달러, 4분기 가격은 432달러로 여전히 40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원유, 철광석, 에틸렌, 알루미늄, 니켈 등 대부분 하락세로 꺾인 다른 원자재 가격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의 유럽 천연가스 공급 중단 가능성과 주요 유연탄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와 호주의 수출 제한 정책과 폭우 등 기상이변, 중국과 인도의 동절기용 유연탄 재고 확보 등의 영향으로 유연탄 가격만 고공 행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시멘트업체들도 최근 가격을 줄줄이 올리고 있다. 유연탄가격 연동제를 도입한 일본 시멘트업계 1위 태평양시멘트도 올들어 시멘트가격을 올린 데 이어 현지 2,3위 업체인 미쓰비시시멘트, 우베시멘트 역시 오는 10월부터 가격을 27% 인상하기로 했다. 올들어 중국 시멘트 가격은 25.6%, 일본은 32.4%, 미국은 42.9%, 브라질은 30.7% 각각 인상됐다. 우리나라 시멘트가격(톤당 9만3000원)은 중국(9만1418원)보다는 높은 편이지만 일본(12만8412원), 미국(23만6145원), 브라질(16만6547원) 등 주요국에 비해선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대기업인 시멘트, 상생 나서야" 단체 행동 예고한 레미콘업계
건설업계와 레미콘업계는 시멘트업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러시아산 유연탄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1.5배 더 비싼 호주산 유연탄 가격을 인상 이유로 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시멘트업계의 2분기 실적이 여전히 좋은 것도 여전히 유연탄을 낮은 가격에 조달한 덕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시멘트 가격을 올릴 명분이 낮다는 얘기다.

실제 시멘트업계의 지난 2분기 실적을 보면 쌍용C&E와 삼표시멘트를 제외하면 모두 전년 동기대비 상승했다. 한일시멘트는 2분기 영업이익이 41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0.3% 상승에 그쳤으나 한일현대시멘트는 15% 증가했다. 아세아시멘트는 88% 증가한 276억원을 기록했고 성신양회는 흑자전환해 81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환경투자 확대에 따른 시설교체 비용, 중대재해로 인한 3개월 작업 중지 영향으로 쌍용C&E는 영업이익이 53%감소했고 삼표시멘트도 51% 줄었다.

시멘트 가격 인상 여파로 대형 레미콘업체의 2분기 실적도 감소했다. 레미콘 제조원가에서 시멘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수준이다. 유진기업의 2분기 영업이익은 2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고, 아주산업은 수도권 수요 증가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2분기 30%증가했지만 상반기 전체적으로는 11%감소했다. 레미콘업계는 올해들어 전국적으로 다섯 차례 넘는 운송차주 단체들의 운송 거부로 타격을 입은 데다 시멘트 가격 인상까지 겹쳐 수익성이 급락했다. 레미콘업계의 90%이상은 중소기업으로 대부분 영업이익률이 3%에 불과해 재무적으로 열악한 상태다.

참다못한 레미콘업계는 오는 25일 대규모 기자회견을 통해 단체 행동을 예고한 상태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시멘트업계에 수차례 가격 인하 협상을 요청했지만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며 "7개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한 시멘트업계와 달리 1000여개 레미콘업체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라 가격 협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레미콘업계는 대기업인 시멘트업계가 상생 차원에서 인상폭을 낮출 것을 촉구하고 있다. 건설업계도 반발이 심각하다.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 관계자는 "올 들어 건설·레미콘업계가 시멘트값 인상으로 부담하는 비용이 1조원에 육박한다”며 "시멘트업계도 고통분담에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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