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국민주’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카카오, 네이버의 소액주주 수가 지난해 말 대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주가가 이렇다 할 반등 없이 30~40%씩 고꾸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물타기’에 나선 개인 투자자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 각국의 통화 긴축 정책 등으로 인해 하반기에도 이들 기업의 주가는 좀처럼 상승 계기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국민주’ 자리 지킨 삼·네·카
23일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 가운데 반기 보고서를 통해 6월말 기준 소액주주 현황을 공개한 11개 기업 중 삼성전자와 카카오, 네이버, 두산에너빌리티의 소액주주가 지난해 말 대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소액주주 수는 592만2593명으로, 지난해 말(506만6351명) 대비 85만6342명(19.9%) 증가했다. 개인투자자(1384만명) 중 42.7%가 삼성전자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상장사 중 소액주주 수가 두 번째로 많은 카카오 소액주주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191만18337명으로 줄었던 카카오 소액주주는 6개월만에 204만1314명으로 늘어나며 다시 200만명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네이버 소액주주는 지난해 말 78만5881명에서 지난 6월말 97만3445명으로 18만7564명(23.8%) 늘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올 상반기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주가가 27.20%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는 삼성전자를 15조1610억원어치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카카오 주가는 37.87% 급락했고, 네이버도 33.51%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개인은 카카오를 1조7710억원어치, 네이버는 2조65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우량주인 이들 기업 주가가 크게 하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이 서둘러 저가 매수에 들어간 결과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6만전자로 내려앉았던 4월 개인 투자자는 4조5240억원어치를, 5만전자로 주저앉은 6월엔 3억643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물타기를 시도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올초에는 ‘10만전자’에 대한 믿음으로, 그 이후에는 낙폭이 과도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개인의 저가 매수세가 몰렸다”고 말했다.
이밖에 시총 상위주 가운데 LG전자(65만7163명)의 소액주주도 지난해 말 대비 7만2184명(12.3%) 늘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소액주주 수도 49만222명에서 59만172명(19.8%)으로 크게 급증했다.
반면 SK하이닉스의 소액주주 수는 56만8237명으로 지난해 말 대비 35.1% 급감했다. 삼성물산과 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 수도 각각 4.4%, 5.9% 감소했다.
○하반기 전망도 ‘우울’
문제는 올 상반기 개인이 잔뜩 사들인 이들 기업의 하반기 주가 전망에 먹구름이 꼈다는 점이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1.50% 하락한 5만9100원에 마감하며 7거래일 만에 다시 '5만전자'로 내려앉았다. 업계에서는 경기 둔화로 인해 하반기에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연말까지 반도체 부문 실적 전망치의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외국인 투자가 한국 주식 비중을 늘리기 어려운 환경까지 조성되면서 세트업체의 재고조정이 마무리되는 연말까지 주가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에 대한 '잿빛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다시 힘을 받으면서 미 10년물 채권금리는 다시 연 3%를 돌파했다. 성장주에 대한 할인율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핵심 사업부인 온라인 쇼핑, 광고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네이버의 3분기 영업이익 증가율 컨센서스(전년 대비)는 불과 1.70%다. 키움증권은 네이버의 3분기 영업이익이 역성장(-1.1%)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 수석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장기 투자에 지친 개인 투자자가 빠져나가면서 소위 '국민주'의 소액주주 수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