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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최소한의 이웃 돼야"…'순한 맛' 허지웅의 산문집 <최소한의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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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기자 출신 작가이자 방송인 허지웅은 팬이 많다. 누군가는 그의 글에 허세가 많다고 보기도 했지만, 냉소적이면서도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날카로움은 많은 사람에게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시원함과 통쾌함을 선사했다.

그랬던 그가 ‘순한 맛’으로 변한 건 투병 생활을 거치면서다. 2020년 펴낸 <살고 싶다는 농담>(웅진지식하우스)에서 따뜻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로 변신했던 그는 이번에 펴낸 <최소한의 이웃>(김영사)에서도 ‘따뜻한 시선’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154편의 산문을 담은 이 책에서 그는 “우리가 서로에게 최소한의 이웃일 때 서로 돕고 함께 기다리며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소한의 공동체적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23일 온라인으로 열린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거나 소통을 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에요. 그게 사람들에게 먹힐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다만 이웃 없이는 내가 기능할 수 없어요. 내가 혼자 잘 나서 이 자리에 왔다?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누군가와의 상호 작용 없이는 이 사회에 살아갈 수 없어요.”

그는 지난 책을 쓸 때부터 이웃 얘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터지고 이웃의 가치를 더 실감했다고 한다. “전염병이 그렇잖아요. 내가 조심하지 않으면 남이 걸리고, 남이 조심하지 않으면 내가 걸리고, 결국 우리는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하게 됐죠.”

그는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2년이 흘렀지만 서로 싫어하고 미워하고, 세상이 더 각박해졌다”며 “사람들에게 끓어오른 마음을 진정하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가치들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어 글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왜 ‘최소한’일까. 사람 간의 관계가 다 그렇듯 이웃으로 같이 살아간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타인과 최소한 이웃으로 관계를 맺어놓지 않으면 위기가 왔을 때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책에는 그가 힘들 때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 일상생활 느낀 감상들, 각종 사회 이슈에 대한 생각들이 담겼다. 전작들에 비해 글 하나의 길이가 짧아졌다. 두 쪽을 넘지 않으며, 한 쪽짜리 글도 있다. 문장도 간결하고 쉽다. “책을 잘 안 읽는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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