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의 새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 종식을 선포했다.
최근 콜롬비아 최초로 좌파 정권을 수립한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은 '마약 비범죄화'를 정부 최우선 과제로 놓고 대마초, 코카인 등 마약 거래 합법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특히 정부 규제 아래 공공시장에서 마약을 합법적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전환, 생계형 코카인 재배 농가를 돕고 마약 카르텔로 유입되는 불법 자금을 막는 것이 목표다.
22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페트로 대통령은 지난 취임식에서 "마약과 전쟁이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새로운 국제 협약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부가 마약 거래 시장을 도입하길 제안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자국을 너머 남미 국가들이 협력해 마약 비범죄화 실현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펠리페 타스콘 정부 마약정책 책임자는 "정부가 코카인 판매를 규제하면 무장단체나 카르텔로부터 시장을 빼앗을 수 있을 것"이라며 "공공시장처럼 규제하면 마약 판매에 따른 고수익은 사라지고 밀매도 없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적 차원에서 마약 비범죄화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며 각국 관계자와 관련해 접촉할 의사를 밝혔다. 펠리페는 궁극적으로 이번 정부는 남미를 넘어 유엔에서 국제 마약 관련 재협상이 이뤄지길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이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국제사회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앞서 조너선 파이어 백악관 국가안보차관은 페트로 대통령 취임 전 "미국은 마약 합법화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짐 크로티 전 마약단속국(DEA) 차장은 "코카인 거래 합법화가 불법 밀거래를 없애지는 못할 것"이라며 "그 공백을 메꿀 누군가는 항상 존재해왔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의 최대 거래처로 미국에서 유통되는 코카인 90%가 콜롬비아산이다. 미국 내에서만 지난해 마약 과다복용으로 약 2만5000명이 숨졌다. 마약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 정부는 마약 양성화에 단호하게 반대 중이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 산하 국제 마약 및 법 집행국 차관보, 백악관 국가마약통제정책국 국장 등 미국 대표단은 내주 콜롬비아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콜롬비아는 세계 최대 마약 생산국으로 국내 마약 관련 카르텔, 무장단체 규모가 상당하다. 이들은 마약 불법 거래 과정에서 총격, 폭동 등 각종 범죄를 불러 일으키고 있으며 역대 정부는 '마약 소탕 작전'에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한 바 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