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은 진행형이고 글로벌 경기침체는 심화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생산인구 감소 파고가 거세다. 잠재성장률도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다. 생산성 향상이 성장 절벽을 돌파할 신성장엔진으로 주목받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생산성이 전부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거의 전부다”라고 주장한다. 2020년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1.7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국가 중 27위에 불과하다. 1위인 아일랜드의 3분의 1을 약간 웃돈다. 서비스업 생산성은 제조업의 절반 수준이다. 제조건설업 대비 생산성은 53%로 OECD 평균 85%와 격차가 크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최하위권이다. 노인인구 비율도 16.8%로 2025년에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생산인구는 지난해 34만 명 감소했다.
일본의 사례는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이 장기간 디플레이션 경제를 벗어나지 못한 핵심 원인은 생산성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1991~2020년 기술 진보 같은 총요소생산성의 연평균 증가율은 0.3%에 그쳤다. 동 기간 성장률도 0.5%에 머물렀다.
노구치 유키오 히도스바시대 명예교수는 “일본이 낮은 생산성으로 선진국에서 탈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저생산성과 저성장을 엔저라는 마약으로 다스렸다. 기업의 이익과 주가가 상승하면서 기술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미국과는 달리 새로운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부진했다. 반도체 같은 성장견인형 산업의 비중이 매우 낮다. 고부가가치 산업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평균 임금도 오르지 않았다. 일본의 글로벌 반도체 점유비는 1988년 50.3%에서 2019년 10%로 급락했다.
시간당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을 개선해 업무 효율을 높여야 한다. 연공 서열 방식에서 벗어나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해야 한다. 근로시간 유연화, 직업교육 강화도 시급한 과제다. 한국은행의 한국 경제 성장률 기여도 분석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생산성 향상이 둔화한 것이 절반을 차지한다.
서비스업 생산성 제고는 규제 완화와 직결된다. 우리나라는 OECD 상품규제지수 평가에서 33위를 기록했다. 기업의 영세성으로 인해 250인 이상 대기업 비중이 27%에 불과하다. 미국은 50% 수준이다. 대형마트 규제, 의무휴일제, 원격의료 규제 등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상당하다. 덩어리 규제로 세계 정상의 정보기술과 의료인력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파견법만 국제 수준으로 손질해도 30만 개 일자리가 창출된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우리나라를 지구촌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 처벌 국가로 만들 개연성이 크다.
존 코크레인 스탠퍼드대 교수는 “통제되지 않은 거대한 규제라는 괴물이 생산성을 갉아먹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는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이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되면 성장률이 1%포인트 이상 상승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인구감소 국가가 됐다. 총인구와 생산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생산성 둔화가 계속되면 한국 경제는 장기 침체에 빠질 확률이 높다.
생산성 대비 임금상승률이 지나치게 가파르다. 상반기 노사 간 협약임금이 5.3% 상승했다. 작년 상반기 대비 1.1%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상위 100개 대기업의 연봉상승률은 평균 9.2%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대만의 TSMC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임금은 월등히 높은 형편이다. 내년에 우리나라와 일본의 최저임금이 역전될 전망이다.
고령자와 여성의 역할이 제고돼야 한다. 고령층을 실질적으로 노동력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중장년층의 인생 이모작을 유도해야 한다. 2019년 기준 여성 고용률은 53.8%로 G5 국가(미·영·독·프·일) 평균 72.2%에 크게 떨어진다. 결혼·출산에 따른 경력단절을 최소화해야 한다. 일·가정 양립 정책을 통해 여성의 경제활동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스웨덴은 가정친화적 정책 덕분에 여성 고용률이 73%를 상회한다. 윤석열 정부 5년의 경제 성과는 생산성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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