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현장 시찰을 두고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우크라이나, 터키, 유엔 등 3자가 이 원전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현장 시찰에 합의한 데 따른 대응이다.
1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IAEA 시찰단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자포리자 원전에 포격이 계속되면 광대한 땅에 방사능 오염을 초래할 수 있는 대재앙이 초래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다른 러시아 관료도 IAEA 시찰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러시아 통신사인 타스통신에 따르면 미하일 울리야노프 오스트리아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IAEA의 현장 시찰이 다음달 초 중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찰 방식, 임무, 경로, 규모, 기간 등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예상이 늘 맞는 건 아니지만 방문 시기는 시찰의 목적이나 임무와 무관한 외부 요인이 나타나지 않는 한 다음달 초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울리야노프 대사는 “날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과 소통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오는 22일 그로시 사무총장이 여름 휴가에서 복귀하면 시찰 논의에 더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후 지난 3월 자포리자 원전 일대를 점령했다. 원자로 6개를 보유한 이 원전은 단일 규모로는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다. 최근 이 일대에 포격이 잇따르면서 방사능 누출 등 안전사고 위험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은 자포리자 원전 주변에서 서로가 도발을 계획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지난 18일 우크라이나, 터키, 유엔 등은 안전 확보를 위해 IAEA가 해당 원전을 시찰하도록 하는 데에 합의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안전을 위협해 원전 시찰이 어려워졌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지난 6월 IAEA 시찰단과 원전 시찰 일정을 조율했지만 유엔의 입김으로 계획이 무산됐다는 게 러시아 측의 설명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원전 주변을 포격하는 경우 원전을 폐쇄할 수 있다고도 경고하고 있다.
유엔은 원전 전력의 우크라이나 공급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19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오데사항을 방문한 뒤 “자포리자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우크라이나 전력”이라며 “올 겨울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이 전력이 공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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