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본격적으로 쏟아내면서 당내 청년 정치인들이 분열하고 있다. 여전히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세력이 있는가 하면,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을 중심으로 거리를 두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장 이사장이 ‘여의도 2시 청년론’을 꺼내 들면서 양측의 대립이 청년 대표성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장 이사장은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 말고는 사회생활을 해본 적 없는 청년 정치인들이 바로 ‘여의도 2시 청년’”이라며 “나는 국대다(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 대변인들, 20억원대 재산 신고를 해 돈 걱정 없이 정치만 하면 되는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정치·방송 말고 대체 무슨 사회생활을 했느냐. 평범한 청년들이 겪는 취업과 자립의 문제를 경험한 적 있느냐”고 비판했다. 특별한 직업 없이 오후 2시에 여의도를 오갈 수 있을 정도로 집이 부유한 청년들만 이 대표를 중심으로 모여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대선 당시 청년본부장을 지낸 장 이사장은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로 분류된다.
이에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청년들은 반박 성명을 내며 역공에 나섰다. 임승호 전 대변인은 전날 장 이사장의 국회 기자회견을 들어 “국회의원 이름을 빌려 오전 10시에 소통관을 어슬렁거리는 ‘여의도 10시 청년’이 본인”이라며 “스스로가 ‘청년 팔이’를 가장 열심히 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2020년 총선 출마 당시 부모님 소유를 포함해 신고한 재산을 근거로 어처구니없는 트집을 잡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서 “사실 정치적 위상이나 정치를 할 수 있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용태한테 뭐라고 하면 안 되지”라며 “장발장이 빵을 훔쳐도 호구지책이고 예찬이가 어떤 길을 가도 호구지책”이라고 비꼬았다.
결론이 어떻든 이 전 대표의 정치적 자산인 청년 대표성은 흔들릴 전망이다. 이 전 대표와 가까웠던 박민영 전 대변인이 대통령실로 옮기고, 당 비상대책위원회에도 30대 청년 두 명이 발탁되는 등 친윤계 청년들이 늘고 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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