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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에서 온라인상에서 입소문을 탄 ‘밈(meme) 주식’ 열풍이 불고 있다.
중장기적인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증시가 뚜렷한 모멘텀을 찾지 못하자 밈 주식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이 때문에 비정상적인 급등과 급락을 보이는 밈 주식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과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따지지 않는 투자는 ‘도박’과 같다며 밈 주식에 대한 주의를 촉구했다.
롤러코스터 타는 밈 주식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 재학 중인 20살 제이프 프리먼이 지난 한 달 동안 밈 주식을 통해 1억1000만달러(약 1460억원)를 벌어들였다고 보도했다. 프리먼은 지난달 초 대표적인 밈 주식인 생활용품 판매업체 베드배스&비욘드를 대거 사들였다. 당시 이 회사는 실적 부진으로 주당 5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프리먼은 가족과 친척들로부터 2500만달러를 빌려 주식 500만 주를 매입했다. 지난 16일 베드배스&비욘드의 주가가 주당 27달러를 넘어서자 프리먼은 주식 전부를 팔아치웠다.프리먼이 막대한 이익을 거머쥘 수 있었던 이유는 ‘운’이다. 고공행진하던 베드배스&비욘드의 주가는 프리먼이 처분한 뒤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급락했다. 지난해 밈 주식 게임스톱을 대거 사들였던 라이언 코헨이 보유했던 베드배스&비욘드 주식 전량(945만 주)을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18일 베드배스&비욘드의 주가는 전날보다 19.63% 떨어진 18.5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시간외거래에서 44% 추가 폭락했다. 한 달 간 4배 넘게 가까이 치솟았던 주가는 주당 10달러 선으로 미끄러졌다. 매트 미스킨 존핸콕자산운용 최고투자전략가는 “베드배스&비욘드에 뒤늦게 투자한 사람들은 하루만에 큰 손실을 봤을 것“이라며 “프리먼의 사례를 보고 밈 주식에 투자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경고했다.
약세장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증시에서 밈 주식으로 꼽히는 종목들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며 밈 주식 열풍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베드배스&비욘드뿐 아니라 미국 극장 체인인 AMC엔터테인먼트와 게임스톱 등 다른 밈 주식도 많이 올랐고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도 늘었다.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 레딧에서는 새로운 밈 주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 야외 그릴장비 공급업체 웨버는 “새로운 밈 주식이 될 것”이라는 글들이 올라오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웨버는 18일 나스닥시장에서 전일 대비 27.23% 오른 10.0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간외거래에서는 12% 추가 상승했다.
그러나 WSJ는 지금의 밈 주식 열풍은 지난해와 성격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작년의 경우 개인투자자들이 함께 좋은 종목을 발굴해 투자하는 성격이 강했지만 지금은 투기성이 짙다고 했다. 과거 높은 관심을 받았던 성장주와 기술주의 수익률이 올들어 나빠지자 투자자들이 변동성이 큰 개별 종목으로 몰리고 있다. 고공행진하는 물가와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개별 종목들의 가격은 지난해 고점에 비해 크게 떨어져 투자 접근성이 좋아졌다.
전문가들은 밈 주식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밈 주식은 실적과 회사 가치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한국의 ‘테마주’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CNN방송은 “대표적인 밈 주식인 게임스톱, 베드배스&비욘드 등은 올해와 내년에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밈 주식 열풍이 증시가 약세장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스콧 레들러 T3라이브닷컴의 최고전략책임자는 “시장이 막바지에 이르면 손실을 만회하고 싶은 투자자들은 매우 투기적인 밈 주식을 찾곤 한다”며 “이는 보통 고점이 다가오고 있음을 뜻한다”고 경고했다. 미스킨 최고투자전략가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감정에 휩쓸려 돈을 쏟아붓는 것은 카지노에 돈을 쏟는 도박과 마찬가지”라며 “감정에 치우친 투자가 만연하는 것은 시장이 꼭지라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