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9월10일) 선물세트 사전예약 매출이 지난해 당시보다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 또 한 번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추석이 예년보다 보름가량 일러 일찌감치 배송일자를 맞추려는 고객 수요가 많았고, 물가 상승 속 유통기업들이 사전예약에 대해 풍성한 할인 혜택을 제공한 게 맞아떨어졌다.
올해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경향성을 살펴보면 백화점에선 20만원 이상 가격대 선물세트 매출이 눈에 띄게 늘어났고, 대형마트에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선호도가 강화되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다.
백화점 사전예약 또 최대…프리미엄 과일로 '가심비' 챙겨
21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업계 '빅3'의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매출은 올해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사전예약 기간보다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롯데백화점이 이달 1일부터 지난 18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을 진행한 결과,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같은 기간 진행한 사전 예약 판매 당시보다 매출이 35% 뛰었다. 하루 앞선 지난 17일 사전 예약 판매를 마무리한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역시 이달 1일부터 시작한 행사 매출이 각각 30%, 25% 증가했다.
예년보다 빠른 추석으로 사전예약 수요 주류인 법인 고객이 미리 접수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이른 추석이라 늦게 구매하면 배송이 늦을 수 있다는 우려로 여름휴가가 끝난 이달 16일께부터 법인고객들이 서둘러 구매를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20만원대와 30만원대 이상의 고가 선물세트 증가율이 두드러지는 흐름이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에서는 30만원 이상 선물세트 매출이 41% 뛰었고, 20만∼30만원대 선물세트 매출도 47% 급증했다. 반면 20만원 미만 선물세트 매출은 9.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20만원 이상 선물세트 매출이 39% 뛰어 10~20만원대 선물세트 매출증가율(16%)보다 훨씬 상승폭이 컸다. 롯데백화점 또한 20만원 이상 30만원 이하 선물세트(40%)과 30만원 이상(35%) 선물세트 매출 증가율이 20만원 미만 선물세트(20%)를 웃돌았다.
특히 추석 대표 선물로 꼽히는 과일(청과)과 축산(정육) 선물세트 매출이 두드러지게 늘어나 전체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
현대백화점에서는 청과(76%) 및 정육(46%) 선물세트 매출이 전체 선물세트 매출 증가율(25%)의 최대 세 배 수준에 달했다. 롯데백화점에서도 청과(55%)·축산(50%)이 돋보이는 성장세를 나타냈다. 신세계에서는 농산(68%)을 비롯해 수산(168.0%)과 와인(69%) 등의 선물세트 매출 증가율이 높았다.
과일 선물세트 경우 추석을 앞두고 폭염과 예상치 못한 폭우가 이어진 데다 예년보다 빠른 수확으로 품질 우려가 커진 소비자가 백화점 과일 선물세트로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각 백화점은 샤인머스캣·망고·멜론 등 수입 과일 선물세트 물량을 늘리는 한편 일반 사과보다 수확 시기가 2~3주 빠른 품종 등으로 대응에 나섰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며 고급 선물 문화가 확대돼 프리미엄 상품을 중심으로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 선물 수요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는 '가성비'가 대세
대형마트에서도 추석 선물세트 사전 예약 매출이 크게 늘었다. 백화점과는 달리 5만원 아래 가격대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찾으려는 수요가 늘어났다.
이마트는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를 시작한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선물세트 중 5만원 미만 제품의 매출 증가율이 54.1%를 기록했다. 해당 마트에서 5만원 미만 선물세트 비중이 84%(15일 기준)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요가 급증한 것.
이마트 관계자는 "사전예약의 최대 장점은 싼 가격이다. 전체 선물세트 구매액 중 사전예약 비중이 지난해 33%에서 올해 설날 절반에 육박하는 44%로 껑충 뛰면서 사전예약이 '대세'로 자리잡아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올해 이마트는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을 오는 31일까지 진행한다. 행사카드로 구매할 경우 최대 40%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롯데마트에서도 5만원 미만 선물세트의 매출이 35%가량 뛰어 전체 매출 증가율(25%)를 웃돌았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고물가로 인해 선물세트 구매에 부담을 느끼는 고객들이 많아 가성비 선물세트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5만원 미만의 선물세트 물량을 전년보다 10% 확대, 전체 사전예약 선물세트의 50% 가량으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리오프닝 후 첫 추석…"더 많은 사람에 마음 전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후 처음 맞는 추석이지만 소비자들은 고물가 여파로 한층 '가성비'를 따지는 분위기다.신세계그룹 계열 온라인쇼핑몰 옥션이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고객 2320명을 대상으로 추석 선물 계획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가성비 높은 선물을 고르겠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50%로 집계됐다. '프리미엄 선물을 고르겠다'는 응답자는 18%에 불과했다.
대신 저렴한 선물을 더 많은 인원에게 하려는 소비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추석에 '지난해 추석보다 더 많은 분에게 선물하겠다'는 응답자가 46%였으나 '더 적게 하겠다'는 응답은 22%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초 옥션이 실시한 설 선물 관련 조사에서 '가족에게 선물을 집중하겠다'는 답변이 70%에 달한 것과 상반된다. 옥션 측은 "올해 초 당시 ‘많은 지인에게 선물하겠다’는 16%에 불과했다. ‘팬데믹 명절’과 ‘엔데믹 명절’의 극명한 차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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