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들의 치킨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홈플러스의 ‘당당치킨’이 오픈런, 리셀(되팔기)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큰 인기를 모으자 이마트가 1000원 더 저렴한 치킨을 선보였다. 홈플러스발(發) ‘치킨 가격파괴’가 대형마트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다만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되레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가격을 인상했다. 마트 치킨과 배달 중심의 프랜차이즈 치킨의 경우 겨냥하는 시장 자체가 다르다는 분석이다. 괜한 대응에 소비자들이 마트 치킨에 비해 3배나 비싼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에 의문을 제기하며 원가 논란에 불을 붙일까 긴장하는 모양새다.
'당당치킨'이 촉발한 마트 치킨 전쟁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오는 24일까지 일주일 동안 ‘(9호)후라이드 치킨’을 한 마리당 5980원에 판매한다. 이마트 후라이드 치킨은 종전에 판매하던 ‘5분 치킨(9980원)’과 같은 크기의 9호 생닭을 사용하지만 5분 치킨에 견줘 가격이 4000원이나 저렴하다. 이마트는 일주일간 진행하는 이번 특가 행사를 위해 치킨 6만마리를 준비했다. 기존 5분 치킨의 한 달 치 판매량보다 1만마리나 더 많은 숫자다. 후라이드 치킨은 점포당 하루 50~100마리씩 오후에 두 차례로 나눠 판매할 계획이다. 1인당 1마리씩으로 수량을 제한해 보다 많은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롯데마트도 지난 11~17일 '한통 가득' 치킨을 정상가보다 40% 이상 저렴한 8800원에 판매하며 치킨 전쟁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롯데마트의 치킨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약 3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형마트가 반값치킨에 이어 일반 프랜차이즈 치킨의 4분의 1 가격인 5000원대 치킨까지 내놓는 것은 최근 대형마트 치킨의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최근 홈플러스가 당당치킨을 판매하면서 마트에 사람들이 줄을 서는 등 모객 효과가 보이자 다른 대형마트들도 치킨 경쟁에 뛰어들었다. 홈플러스는 자사 온라인몰에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일주일간 '치킨' 키워드 검색량이 전월 동기간 대비 1000% 이상 증가하는 등 방문객 수 증가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이뿐만 아니라 중고 거래 사이트에 대형마트 치킨을 판매하는 글이 올라오고, 유튜버들이 대형마트 치킨에 대한 먹방을 잇따라 방송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등 대형마트 치킨이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은 것도 한 몫한다.
되레 값 올리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
다만 싼 마트치킨의 경쟁자로 인식되던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행보는 정반대 방향을 보인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고객층이 다르다"고 인식하는 상황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되레 가격 인상을 고민 중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매출 2위인 BHC는 실제 값을 올렸다.BHC 가맹점주들에 따르면 BHC 본사는 지난 16일부터 닭고기 일부 제품의 가맹점 공급가를 인상했다. BHC 본사는 가맹점을 대상으로 닭고기를 독점 공급하는데, 이 가운데 '순살바삭클'과 '통살치킨', '골드킹순살'의 한 봉지당 공급가를 7250원에서 각각 100원씩 올려 1.3% 인상했다. 또한 '콜팝치킨'은 한봉지에 8800원 하던 것을 220원 인상했고, '빠텐더' 역시 7000원에서 7080원으로 인상했다.
BHC 본사는 가격 인상 이유로 곡물 가격과 물류 비용이 인상되고 환율도 올라 닭의 사육 원가가 상승한데다 닭 가슴살 수요는 늘고 공급은 부족한 점을 들었다. 이에 따라 닭 가슴살 부위로 이뤄진 제품의 정육 공급가를 인상했다는 것. 앞서 제너시스BBQ가 모든 치킨제품 가격을 2000원 인상하는 등 본격적인 ‘치킨 3만원 시대’ 현실화가 머지 않았다는 분위기다.
'폭리 논란'은 경계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폭리 논란에는 선을 그었다.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가 하루 동안 전국에서 접수하는 주문량이 15만 마리에 달하는 만큼 매출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설명이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배달 앱(애플리케이션) 이용수수료와 배달비,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가 있는데 단순 비교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마트 치킨은 직접 방문해 줄을 서서 구매해야 하며 배달은 물론 서비스로 주는 콜라도 없다. 반면 프랜차이즈 치킨은 주로 야간에 집으로 배달시켜 먹는다. 심야 치킨 마니아 가운데 길게 줄을 서야 하는 마트 치킨 소비자로 돌아설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란 반박이다.
하지만 오히려 소비자 사이에서 ‘프랜차이즈 치킨값이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대형마트가 5980~6990원에 치킨을 팔아도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배달 수수료까지 내면 남는 게 없다’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주장이 무색해졌다는 주장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치킨업체들이 가맹점에 재료 공급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여서 원재료가가 비싸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일부에서 나온다. 한 치킨 가맹업주는 "본사에서 제공하는 재료를 다 받아써야 한다"며 "시중가 보다 높더라도 어쩔수 없이 쓴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