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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보내더니 "넌 해고"…10년 충성 비서도 버린 머스크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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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가 주주들을 배신했다”

이달 초 열린 테슬라 주주총회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았던 지난 10일. 테슬라 투자자들은 뜬금없는 소식에 당황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 주식을 매도했다는 공시(Form4)가 떴기 때문입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달 5일부터 9일까지 테슬라 지분 792만주를 매각했습니다. 금액으로는 68억8000만달러(약 9조원)로 엄청난 규모였습니다.

사태를 파악한 테슬라 일부 주주들은 불쾌한 반응을 드러냈습니다. 트위터 팔로어 1만8000명을 보유한 ‘테슬라 대표 강세론자’ 야만 타스디바(Yaman Tasdivar)는 “머스크가 개인 투자자에 주식을 떠넘겼다”며 분노했습니다. 그는 ‘모든 것을 팔고 테슬라 주식을 사라(Sell everything buy $TSLA)’는 문구로 인기를 끈 ‘강성 테슬람’이었습니다. 뉴스 댓글엔 “카카오페이 상장 후 ‘먹튀’한 경영진과 다를 바 없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머스크는 왜 그럴까
이 같은 분노는 지난 4월 머스크가 “더 이상 주식 매도는 없다”는 공언을 뒤집은 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는 주총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을 구매한 여러분 덕에 테슬라가 있었다”며 주주들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대거 주식을 팔아치웠습니다. 기관 등에 대량으로 지분을 넘기는 블록딜도 아니었습니다. 주주 입장에선 CEO에게 기만당했다는 생각이 들만합니다. 실제로 900달러를 돌파하며 상승세를 탔던 테슬라 주가는 주총 이후 850선까지 밀렸습니다.

물론 머스크는 자기 주식을 팔았을 뿐입니다. 그는 “트위터 강제 인수를 대비한 현금 마련용 매도”라고 해명했습니다.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주주들을 배려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성공으로 명성을 얻었지만, 동시에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그는 목표만 보고 달려가는 냉혹한 사업가일까요. 아니면 테슬라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기성 언론들이 만든 괴짜 프레임’에 불과한 걸까요.


“일론을 존경하지만 두렵다”
머스크와 함께 일한 사람들은 그가 기업 CEO보다 전장(戰場)의 장군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임직원들은 대부분 머스크의 비전에 공감하고 그의 추진력을 존경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 까탈스러운 ‘천재 보스’와 가까워지고 싶었지만, 한편으론 그가 언제 마음을 바꿔 자신을 해고할지 모른다며 두려워했습니다. “일론의 가장 큰 단점은 부하들에게 인간적 유대감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여러 해 함께 열심히 일한 직원들도 쓰레기처럼 버렸어요. 그에게 직원은 일종의 탄환입니다”(애슐리 반스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테슬라의 전 최고기술책임자(CTO)이자 공동창업자였던 J.B. 스트라우벨은 머스크의 이러한 성정을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는 ‘2인자’였습니다. 머스크는 아무리 충성스러운 부하라도 자신과 다른 의견을 내면 차갑게 돌아섰습니다. 그는 반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되도록 앞에 나서지 않으려 애쓴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론은 힘든 상사고 간혹 험한 말을 내뱉지만, 대부분 열정이 넘치기 때문입니다. 그는 피와 땀과 눈물로 사업을 추진합니다. 그가 없었다면 테슬라가 일군 업적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머스크 "비서 일방적으로 내쫓지 않았다"
지금의 머스크는 세계 최대 부자이지만, 10년 전엔 인지도가 지금처럼 높지 않았습니다. 대중들에게 머스크는 테슬라의 CEO보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 더 알려졌습니다. 영화 속 토니 스타크에게 비서 페퍼 포츠가 있었다면, 머스크에겐 메리 베스 브라운이라는 충성스러운 비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영화처럼 아름답게 마무리되진 않았습니다.

브라운은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설립한 2002년부터 함께 일했습니다. 그는 머스크의 분신과 다름없는 존재였습니다. 10년 넘게 평일 밤늦게, 주말까지 일하며 상사를 보좌했습니다. 머스크의 첫 번째 아내였던 저스틴 윌슨과 이혼 문제로 연락하는 사적인 일도 그의 몫이었습니다. 2014년 초 브라운은 머스크에게 스페이스X 고위 임원과 동등한 대우를 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이에 머스크는 “우선 2주간 휴가를 다녀오게. 자네에게 그 정도 대우를 해주는 게 옳은지 평가해보겠네”라고 답합니다.

휴가에서 복귀한 브라운에게 돌아온 것은 보상이 아닌 해고 통보였습니다. 이 사건은 테슬라와 스페이스X 직원들에게도 적잖은 상처로 남았습니다. 일부는 머스크가 공감을 기대할 수 없는 사람이며, 자폐증 증세가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애슐리 반스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머스크는 이에 대해 “회사가 커짐에 따라 브라운의 역할을 여러 명의 전문가가 담당해야 했다”며 "그의 공헌에 대한 감사로 1년치의 연봉과 주식을 제공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반스의 자서전에 나온 묘사처럼 일방적으로 쫓아내지 않았다는 겁니다.

“화성에 가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 다행성 종족이 되기 위한 우주탐사, 인공지능(AI) 위협을 대비한 초지능 인류 프로젝트. 머스크가 일생을 걸고 추구하는 미션입니다. 그는 돈보다 사명(使命)을 좇는 자입니다. 직원이나 투자자의 신망을 얻는 것은 그의 제1 관심사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 사명의 시급성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머스크 본인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 해결에 자신을 돕지 못하는 직원은 빨리 물러나야 합니다.

머스크를 집투(Zip2) 창업 시절부터 지켜본 벤처투자가 스티브 저벳슨은 “일론은 스티브 잡스와 마찬가지로 C급과 D급 직원을 용납하지 않아요. 바보 같은 사람을 견디지 못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스트라우벨은 머스크에 대해 이렇게 옹호했습니다. “일론은 인생이 짧다는 결론을 일찍 내렸어요. 스스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겁니다” 마치 수차례 북벌에 도전했던 삼국지의 제갈량이 자신의 남은 수명이 짧다고 탄식하며 더욱 일에 몰두했다는 일화가 떠오르는 말입니다.



머스크 자서전을 쓰기 위해 수년간 그의 주변을 취재한 반스는 머스크가 친구에게 보낸 이메일 일부를 공개합니다. 일론은 도대체 왜 이러는가에 대한 답이 될지 모릅니다.

나는 천성이 강박적이야. 일을 망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만 흉터 조직이 워낙 많아 낯이 두꺼운 편이야. 내게 중요한 것은 승리하는 것이고 쩨쩨한 방식으로 승리하면 안 돼. 그 이유를 누가 알겠어. 아마 혼란스러운 정신분석적 블랙홀이나 신경 계통의 합선 때문에 생겨났는지 모르지”

→ 2편에 계속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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