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기 하강 속도가 심상치 않다. 지난 2분기 0%대 성장률을 보이더니 최근 들어 각종 경제지표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지난달 산업생산과 소매판매가 모두 둔화하고, 청년 실업률은 19.9%까지 치솟았다.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이 -0.9%로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세계의 공장’ 중국 경제 역시 빠르게 식어가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를 키우는 분위기다. 이 여파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등 원자재 가격은 일제히 하락했다.
중국 경제의 침체는 한국에 직격탄이다. 대중국 무역 규모가 미국과 일본을 합한 것보다 많을 정도로 한국 수출의 중국 의존도는 여전히 크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대중 수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 줄고, 수입액은 29.2% 늘면서 8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4개월 연속 대중 무역수지 적자 가능성도 커졌다. 정부는 아세안, 유럽연합(EU)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해 중국에서 줄어든 수출을 만회할 수 있도록 전방위 지원체계를 가동해야 한다. 교역시장 다변화를 중장기 과제로만 여길 일이 아니다. 과도한 대중국 비중에 따른 경제·안보의 복합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수출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코로나가 재확산하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소비·투자가 둔화하는 가운데 그동안 경제 성장을 이끌던 반도체 경기마저 급랭하면서 우리 경제도 침체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2.7%로 전망하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3분기나 4분기에 마이너스로 추락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 중국의 경기 둔화는 설상가상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설명회에서 “인플레이션은 서서히 잡히겠지만 그다음 걱정거리는 경기 침체”라고 했다. 현실은 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판에 짙은 불황의 먹구름이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오는 형국이다. 그 어느 때보다 유연한 정책 조화가 요구된다. 한은은 가파른 금리 인상이 실물경제 침체를 가속화하는 ‘오버킬(과잉 대응)’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래저래 규제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할 이유가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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