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사장이 알려주는 주식 투자 방법, 기업 대표이사가 말하는 기업 경영의 실제, 은행장이 설명하는 금융업의 세계와 글로벌 인재의 조건.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들을 수 없는 알토란 같은 강의가 잇따라 열렸다. 지난 16일 시작된 ‘매일유업×주니어 생글생글 여름방학 어린이 경제캠프’ 행사에서다. 어린이 청소년 경제·논술신문 ‘주니어 생글생글’ 독자들을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하루 80명의 초등·중학생과 학부모가 참가해 최고경영자(CEO)와 세계적인 수학자 등 명사들의 특강에 귀를 쫑긋 세웠다.
○증권사 사장의 투자 특강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17일 ‘자녀와 부모가 함께하는 100세 투자 습관’ 특강에서 저축과 투자의 차이, 직접투자와 간접투자 등에 대해 강연했다. 박 사장은 “용돈을 아껴 우량 기업 주식에 꾸준히 투자하면 10년 후 어른이 됐을 때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박 사장은 “학교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경제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며 “적은 금액이라도 투자를 직접 해보면 자연스럽게 경제와 기업에 대해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식시장이 계속 안 좋았는데 언제쯤 본격적으로 오를 것 같으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물가 상승률이 곧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 올 4분기에는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주식시장의 단기 변동에 상관없이 우량주 장기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역할과 미래 인재의 조건 강연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은 ‘기업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했다. 김 사장은 “기업의 일차적인 역할은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라며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다양한 거래처와 건전한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익의 일정액을 세금으로 납부해 정부가 공공 서비스에 쓰도록 하는 것도 기업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김 사장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뜻하는 ESG가 기업 경영에서 중요해지고 있다”며 “매일유업은 아기들의 소화를 돕는 특수 분유를 개발하고, 독거노인을 위한 우유 배달 사업에 참여하는 등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 첫날인 16일에는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이 ‘글로벌 미래 인재로 성장하기’를 주제로 특강에 나섰다. 유 행장은 “글로벌 인재가 되려면 다양한 외국어, 책 읽기, 숫자(수학)와 친해질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고 많은 친구와 어울리는 경험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하루하루 꾸준히 실천해 좋은 습관을 지니면 실력이 쌓인다”며 “하루 한 시간씩이라도 뭔가를 꾸준히 하면서 미래를 설계해 보라”고 권했다.
○CEO들과 즉석 질의응답
경제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은 엉뚱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많이 했다. 한 초등학생은 유 행장에게 “돈을 빌려간 사람이 안 갚을 수도 있는데 은행은 뭘 믿고 돈을 빌려주나요”라고 물었다. 유 행장은 “은행은 고객의 신용을 보고 돈을 빌려준다. 그러니 여러분도 저축하고 아껴 쓰고 약속을 잘 지키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답했다.또 다른 학생은 박 사장에게 “펀드 투자에서 손해가 나도 펀드 매니저에게 수수료를 줘야 하나요”라고 질문했다. 박 사장은 “훌륭한 질문”이라며 “펀드 매니저가 실수를 했어도 회사는 인건비를 지급해야 해 수수료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사람들이 매일우유를 많이 사 먹는 이유가 뭐예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모든 직원이 열정을 갖고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답했다.
참가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초등 3학년 자녀와 함께 온 박은경 씨는 “기대보다 200% 만족했다”며 “겨울방학에 또 하면 또 오겠다”고 말했다. 초등 2학년 아이를 데리고 온 황세훈 씨는 “경제를 주제로 한 행사엔 처음 와봤는데 아이도 좋아하고 나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마지막날인 18일에는 김민형 영국 에든버러대 수리과학 석좌교수가 ‘수학적 사고의 시간’을 주제로 특강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