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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용의 한류 이야기] K콘텐츠가 '한국학 정체성'을 흔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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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제교류재단(Korean Foundation) 설립 30주년을 맞아 8월 초에 열린 ‘KF 글로벌 한국학 포럼’은 뜻밖의 논의로 종일 열기가 식을 줄 몰랐다. 전 세계 한국학 학자들은 애초 ‘해외 한국학 패러다임의 변화와 미래 발전 방향’을 주제로 토론을 전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많은 참가자가 관심을 보인 주제는 한류가 한국학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지, 아니면 위기로 작용할지에 관한 논의들이었다. 한류가 KF 등 한국학 지원 단체들이 주관하는 학회에서 주요 세션으로 등장한 것 자체가 새로운 현상으로, 학문으로서 한류가 한국학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토론이 이어졌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26일 개최하는 학회 주제도 ‘한류와 한국학’이듯, 국내외 많은 기관과 학자들, 그리고 학생들은 이미 해당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많은 논의가 있었던 부분은 한류가 한국학으로 편입되는 것에 대한 우려였다. 한류가 한국학에 위기일 수 있다는 주장은 역사 연구 학자들로부터 먼저 나왔다. 주로 19세기 이전 한국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현대사회의 대중문화는 역사적 분석이 필요하지 않으니 학문적으로 크게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류가 한국학의 부분으로 들어오면 역사적 분석을 근간으로 하는 한국학의 위상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한국문학을 연구하는 학자들로부터 나온 우려다. K팝이 주도하는 한류 콘텐츠가 문학적 분석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학적 연구 가치가 없는 한류가 한국학으로 편입되면 한국학의 정체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볼 수 있다. 한류가 한국학의 한 부분이 될 경우 기존에 KF나 한국학중앙연구원 등에서 받던 연구비가 한류 연구자에게 돌아가 한국학 연구자의 연구비 부족이 발생할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간혹 들렸다.

그러나 현실에선 한류가 이미 한국학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한국학 관련 학과에 한국 대중문화와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이 넘쳐나고 있고, 한국 대중문화 관련 과목이 속속 개설되고 있다. 한글을 배우려는 학생들을 지도할 교수가 부족해 해당 학과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기도 하다. 한류 콘텐츠의 세계적 인기에서 비롯된 일로, 한류가 한국학의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는 논의는 교육적 측면에서 이미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


학문적으로도 한류가 한국 역사와 문학, 그리고 사회 등 정치 경제적 요소를 배경으로 하는 기존 한국학의 정신과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이는 한류를 단순하게 K팝의 가사를 분석하고 팬덤을 연구하는 차원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류 발전이 정치·경제적 요인과 산업적 요소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한류는 2021년 수출액이 125억500만달러에 달할 정도로 문화산업적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문화산업 종사자들이 증가하는 등 산업적 배경도 든든하다. 한류는 공공외교의 한 축인 소프트파워의 대명사로 이미 정치·외교적 측면에서 분석되고 있기도 하다.

한류는 또한 1990년대 중반 이후 대중문화 역사에 관한 것이지만 최근에 한국영화 100년과 한국만화 100년을 기념한 사실이 증명하듯, 최소한 20세기 초반부터 한류 발전사를 연구할 수 있어 역사적 가치도 충분하다. 한류 콘텐츠에서 대표 문화로 성장하고 있는 웹툰과 트랜스 미디어 스토리텔링, 즉 웹툰에 기반한 영화와 드라마 제작에서 볼 수 있듯이, 일부 한류 콘텐츠는 여러 대하소설에 견줄 만한 문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다. 한국학 관련 기관들의 연구비를 늘리고, 이를 학문적으로 우수한 연구진에 배정함으로써 연구비 부족에 대한 우려 역시 불식할 수 있다.

한류는 학과 단위로 구분되는 기존 학문적 전통과는 다르다. 미디어학부터 인류학까지 사회과학과 인문학의 영역을 아우르는 주제여서 다양한 학과의 연구와 교육 주제로서 손색이 없다. 당연히 한류의 확산을 우려하기보다는 초학제적 연구를 위한 접점으로 활용해야 한다. 한류가 한국학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을 위기로 볼 것이 아니라 기회로 삼아야 할 때다.

진달용 사이먼프레이저대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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