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주도로 집중 공급
과거 문재인 정부는 공공 주도 도심 외곽의 신도시 공급 방식으로 주택난 문제에 접근했다. 반면 현 정부는 인구 밀집도가 높고 빠르게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수도권 도심 주택 공급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국토교통부가 16일 발표한 270만 가구 공급 대책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실수요자들의 주택 수요가 가장 큰 서울과 경기·인천은 29만 가구 늘어난 반면 지방에는 최근 5년(2018~2022년)보다 16만 가구 감소한 112만 가구를 책정했다. 지방에서 유일하게 광역·자치시만 4만 가구 늘어난 52만 가구 수준이다. 8개 도는 60만 가구 규모로 최근 5년 공급 물량보다 25% 줄어든다.
공급 유형별로는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와 국·공유지를 개발해 공급하는 주택이 88만 가구로 가장 많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다음달부터 15만 가구 규모 신규 택지 후보지를 단계적으로 발표할 방침이다.
민간 정비사업도 적극 활용한다. 도심 내 재개발·재건축, 도심 복합사업 등을 통해 최근 5년보다 11만 가구 늘어난 52만 가구를 공급한다. 우선 앞으로 5년간 22만 가구의 정비구역을 새롭게 지정한다. 주민들이 구역 경계만 설정하면 정비계획안 없이도 정비구역 지정을 요청할 수 있는 정비구역 입안 요청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민간이 사업 주체로 참여하는 도심복합사업도 정부의 야심작이다. 토지주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신탁·리츠 등 민간 전문기관이 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도심복합개발법 제정을 통해 기존 공공사업을 포함, 20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입지에 따라 성장거점형과 주거중심형으로 구분해 고밀 개발과 용적률 상향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특히 노후도 60% 이상인 역세권이나 준공업지가 주요 대상인 주거중심형의 경우 최대 500%까지 용적률을 허용할 예정이다. 기존 공공 도심복합사업의 보완 조치도 마련했다. 동의율 30% 미만의 호응이 낮은 사업장은 공공후보지를 철회하고 민간사업으로의 전환을 지원하기로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민간 부 문의 공급 확대에 대한 신호를 줬다는 점이 이번 방안의 가장 큰 의미”라며 “시장 상황이 불안할수록 충분한 주택 공급을 통해 실수요자들의 우려를 잠재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봇대 규제’ 솎아내 공급에 속도
신탁사의 정비 사업 참여도 장려하기로 했다. 정비사업 대다수에서 조합이 사업 주체가 되면서 집행부 교체, 시공사와의 분쟁, 자금 애로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주민이 원할 경우 조합 설립 없이 신탁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사업시행자 지정 요건을 완화할 예정이다. 현재는 전체 토지의 3분의 1 이상 신탁이 필요하지만 국공유지를 제외한 토지의 3분의 1 이상으로 바꿔 신탁사의 참여 가능성을 높인다. 또 신탁사가 시행하는 사업장은 토지 소유자 다수가 원하면 정비 계획과 사업 계획의 통합 처리를 허용해 3년 이상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했다.이와 함께 주택 공급을 더디게 한 규제를 솎아내고 주거 품질 개선에도 나선다. 정부는 각종 심의와 영향평가를 통합해 심의하는 통합심의를 민간 정비와 도시개발사업에 전면 도입한다. 100만㎡ 이하 중소 택지는 지구 지정과 지구계획 수립 절차를 합친다. 중소 택지 정비사업 변경이나 사업인가 때 총회 의결 등 동일 절차를 일괄 처리하면 사업 기간이 5~6개월 단축된다. 또 층간소음을 완화하기 위해 신축 주택의 바닥 두께(최소 21㎝)를 강화하면 분양가 가산을 허용하고 높이 제한도 완화할 계획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