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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안 없앤다…교육계 "재정난에 극소수만 남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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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존치하는 것으로 방침을 확정했다. 2025년부터 자사고 존치를 포함한 새로운 고교체제 개편 방안을 적용하겠다는 추진 일정을 교육부가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도 내년 말까지 개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살아남는 자사고·외국어고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반고와 차별점 없는 교육과정에 등록금도 비싸 학생과 학부모의 자사고 선호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폐지 방침 뒤집어
16일 정치권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12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자사고 존치 내용을 담은 ‘고교체제 개편방안’을 보고했다. 교육부는 올해 말까지 고교체제 시안을 마련해 내년 상반기까지 공청회 등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개편 방안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던 자사고·외고 폐지 계획을 뒤집고 다양한 고교체제를 유지하는 안을 국정과제에 넣었다. 지난달 29일 교육부 대통령 업무보고에도 포함됐지만 2024년 시범운용, 2025년 전면 적용 등 구체적인 시점을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자사고 존치를 위한 시동을 걸었지만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자사고·외고의 상황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난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자사고 지위를 포기하고 일반고로 전환하는 학교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전국 자사고는 2012년 50곳에서 올해 33곳으로 줄어들었다. 이 중 18곳이 서울에 몰려 있고 지방에는 11개 광역시·도별로 1~2개씩 남아 있다. 서울에서만 최근 1년 새 4곳이 자사고 지위를 반납했다.
비싼 등록금에 내신도 불리
자사고의 입학 경쟁률도 매년 하락세다. 올해 서울 자사고 신입생 모집 경쟁률은 1.3 대 1로 5년 전인 2017년(1.7 대 1)보다 크게 하락했다. 경희고·대광고·장훈고·중앙고 등 4개 교는 미달했다.

학부모들이 자사고를 외면하는 것은 무엇보다 등록금이 비싸기 때문이다. 2020년 전국 자사고 평균 등록금은 731만원에 달했다. 2019년 2학기부터 도입된 고교무상교육도 자사고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고교무상교육은 고등학생의 입학금·수업료·학교운영지원비·교과서비를 지원하는 제도로 자사고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등록금은 비싼데 입시에서 메리트도 없다. 자사고는 상위권 학생이 많아 내신 경쟁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대입 수시 모집에서 차별화한 생활기록부로 학생부종합전형을 노려야 한다. 이를 위해 일부 전국 단위 자사고에서는 대학 수준의 ‘AP미국정치’, ‘AP유럽사’까지 강의하고 있다. 이를 가르칠 능력이 안 되는 대다수 광역 단위 자사고는 차별화한 과목이나 활동 없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의 수업으로 과정이 짜여 있다.

자사고를 둘러싼 정책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한 것도 학부모들이 외면하는 원인이 됐다. 2025년 고교학점제로 내신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성적이 좋은 학생끼리 모여 내신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자사고의 단점이 해소돼 소수의 명문 자사고가 ‘귀족학교’로 유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서울 강남 등 교육특구가 아닌 곳의 자사고·외고 인기가 식고 있다”며 “교육과정 차별화에 성공한 하나고, 민사고 등 전국 단위 자사고와 교육열이 높은 강남의 광역 단위 자사고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린/최만수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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