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둔화 여파로 찬바람이 부는 청약시장에 ‘중도금 무이자’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통 실수요자에게 인기가 덜한 신규 택지 개발지역에서 청약 수요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됐으나 최근엔 입지 조건이 좋은 수도권이나 지방 핵심지역까지 중도금 무이자를 내건 단지가 나오고 있다.
1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청약을 접수한 전국 49개 분양단지 중 1순위에서 마감한 단지는 경남 창원 ‘힐스테이트 마크로엔’, ‘창원자이 시그니처’, 전북 군산 ‘나운 금호어울림 센트럴’ 등 6개에 그쳤다.
1순위 청약을 성공적으로 마감한 이들 단지는 공통적으로 중도금 이자 감면 혜택을 내세웠다. ‘나운 금호어울림 센트럴’은 중도금 무이자, 나머지 5개 단지는 중도금 이자 후불제를 적용했다. 중도금 무이자 조건을 제시한 경남 김해 ‘쌍용 더 플래티넘 삼계’는 2순위에서 가까스로 마감했다. 나머지 42개 단지는 입주자를 채우지 못해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다.
중도금 무이자 혜택은 미분양을 방지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내 미분양 주택 수는 지난 6월 719건으로 전월(688건) 대비 4.5% 늘었다. 기준금리 급등 여파로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집단대출 형태로 비교적 저렴하게 책정되는 중도금 이자도 동반 인상되기 때문이다.
서울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중도금 무이자를 내건 분양단지가 속속 나오고 있다. GS건설이 서울 은평구 신사동 일대에서 분양 중인 ‘은평자이 더 스타’는 최근 중도금 대출 이자 지급 방식을 후불제에서 무이자로 전환했다. 금융 혜택 외에도 유상 옵션을 모두 없애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최소화했다.
한신공영이 충남 아산시에서 이달 분양하는 ‘아산 한신더휴’는 중도금 60% 무이자 조건을 내걸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다음달 경북 경산시에서 분양 예정인 ‘경산 2차 아이파크’에 중도금 무이자 조건을 적용할 계획이다.
향후에도 중도금 이자 부담이 없거나 이자 후불제를 채택한 단지 위주로 청약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청약시장 경쟁률이 낮아지면서 미분양을 막기 위해 청약자에게 유리한 계약 조건을 내건 사업장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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