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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분기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들이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에 주목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벅셔해서웨이는 애플 주식 390만주를 추가 매입했다. '공매도의 전설'로 유명한 사이언자산운용 대표 마이클 버리는 애플 하락에 베팅하는 숏(매도) 포지션을 청산했다.
버핏, 애플 투자 비중 확대
벅셔해서웨이는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마감 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 2분기 지분 변동 내역을 공시했다. SEC는 운용자산 규모가 1억달러(약 1300억원)를 넘는 모든 기관투자자들에게 분기 말 이후 45일 이내 보유 종목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벅셔해서웨이는 2분기에 애플 주식 390만주를 매입했다. 6억달러 상당의 애플 주식을 사들인 지난 1분기에 이어 주가 하락세가 심화하자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벅셔해서웨이가 보유한 애플 주식은 총 8억9480만주(1223억달러어치)로 늘어났다. 애플은 벅셔해서웨이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많은 비중(약 40%)을 차지하고 있다.
정유주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늘렸다. 벅셔해서웨이는 옥시덴탈페트롤리엄과 쉐브론 주식을 각각 2200만주, 240만주 추가 매수했다. 이 가운데 옥시덴탈페트롤리엄은 벅셔해서웨이가 국제유가 상승세 속에 집중 매수했던 기업으로 올해 들어 주가가 107% 넘게 뛰어올랐다. 쉐브론의 주가 상승률(31.49%) 보다 높다. 벅셔해서웨이는 옥시덴탈페트롤리옴 전체 지분의 20%가량을 보유한 최대 주주다.
벅셔해서웨이는 액티비전블리자드 주식 400만주도 추가로 담았다. 액티비전블리자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게임회사다. 이외에도 대형 미디어업체 파라마운트글로벌과 금융회사 앨리파이낸셜의 편입 비중을 늘렸다. 벅셔해서웨이가 새롭게 투자한 곳은 없다.
7000만달러가 넘는 버라이즌 지분은 모두 처분했다. 버라이즌은 벅셔해서웨이가 2020년 3분기부터 보유해왔던 통신주다. 제너럴모터스(GM) 주식은 900만주가량 매각해 5290만주로 줄었다. 이외에도 미국 식료품 유통업체 크로거, 대형 은행 US뱅코프 지분을 일부 덜어냈다.
지난 2분기 말 기준 벅셔해서웨이 포트폴리오의 상위 5개 종목은 애플(1223억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314억달러), 코카콜라(252억달러), 쉐브론(234억달러), 아메리칸익스프레스(210억달러) 순이다.
버리, 애플 숏 포지션 청산
이날 SEC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버리의 사이언자산운용은 지난 2분기에 애플에 대한 숏 포지션을 청산했다. 지난 1분기에 매수했던 애플 풋옵션 20만6000주를 팔아치우면서다. 풋옵션은 특정 기초자산을 특정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도할 수 있는 권리다. 주가가 하락할 때 수익이 난다. 사이언자산운용이 애플에 대한 숏 포지션을 정리했다는 것은 애플 주가가 최소한 하락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는 의미다. 헤지펀드 매니저인 버리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예측하며 영화 '빅 쇼트'의 실제 주인공이 된 인물이다.
사이언자산운용은 메타, 알파벳,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 등 11개 종목의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롱(매수) 포지션도 정리했다. 사이언자산운용의 이같은 투자 전략에는 향후 증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사이언이 새롭게 주가 상승에 베팅한 종목은 사립 교도소 운영업체인 지오그룹뿐이다. CNBC는 "버리는 지난 분기에 330만달러 상당의 지오그룹 주식을 매수했다"면서 "버리는 지난 2년간 지오그룹 주식 매수와 매도를 반복했다"고 전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