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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로지 대통령·윤핵관 탓으로만 돌린 이준석의 무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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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그제 약 62분간의 기자회견에서 쏟아낸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자기 당에 대한 비판 발언은 도를 넘었다. 정부와 여당의 위기에 대한 책임을 모두 이들에게 돌리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이 XX, 저 XX 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고자 뛰었다” “대통령 지도력의 위기” 등 윤 대통령을 정면 겨냥했다. 국민의힘을 향해 “불태워버려야 한다” “파시스트 세계관을 버려야 한다”고도 했다. 마치 친정을 향해 전면전을 선포한 것처럼 들린다.

아직 집권 여당의 대표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정치인이 대통령과 자기 당을 이렇게 혹독하게 비판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내부 총질’이 틀린 지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하다. 대신 “이준석이 중요한지, 문제 되는 인사가 더 중요한지 여론조사를 하면 8 대 2가 나올 것” 등 자화자찬성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책임은 언급하지 않았다. 여권 지지율이 추락한 것에 이 대표의 책임은 없는가. 대통령 지도력의 위기라고 했는데 자신은 지난 1년여간 대표로서 당이 이 지경이 되도록 대체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선 때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니고 목이 쉬라고 외쳤다”며 공을 내세웠지만, 선거 때 그렇게 하는 것은 대표의 당연한 임무다.

물론 툭하면 ‘대표 패싱’ 논란을 일으킨 윤핵관의 책임도 크고, 성상납 의혹과 관련한 사법적 판단이 없는데도 징계부터 받으니 억울한 심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표는 결과적 책임을 지는 자리다. 이 대표는 지난 1년 내내 윤핵관 등과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분란을 일으켰다. 이견이 있으면 마주 앉아 진지하게 대화로 해결하는 게 정치 본연인데, 이 대표는 ‘양두구육’ ‘나즈굴과 골룸’ 등 장외를 돌며 쏘아대는 자극적인 조롱 메시지로 정치를 가십화, 희화화했다. “흑화(黑化)하지 않도록 해달라” 등의 엄포를 보면 30대 정치 유망주가 맞나 싶다. 두 번이나 대표직을 보이콧하는 무책임한 모습도 보였다. 이러니 그에게 기대한 우군조차 “좀 더 성숙하고, 좀 더 내공이 깊어졌으면 한다”(홍준표 대구시장)며 등을 돌리는 것 아닌가.

이 대표는 남 탓하기 이전에 내 탓은 무엇인지부터 돌아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외곬으로만 나가는 이 대표와 함께 국민의힘 내분의 진앙으로 꼽혀온 윤핵관도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 그러지 않는 한 갈등의 고리는 끝이 없을 것이고, 국민의힘은 문을 닫아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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