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1일부터 생애 최초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완화했지만 수요자가 적어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높은 대출금리 등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1주택 실수요자에 한해 금리 인하 등 금융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LTV 70%→80% 높여도 대출 못 받아
금융위원회는 ‘가계대출 규제 관련 감독규정 개정안’을 시행하며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의 LTV 상한을 지역과 주택 가격, 대출자 소득 등에 상관없이 80%로 확대했다. 대출 한도도 기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높였다.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처럼 규제를 완화했는데도 40%라는 고강도 DSR 규제와 고금리 등으로 실제 주택을 사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부천 등 일부 은행 지점에선 문의가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다. 실수요자도 DSR 규제로 신청하려는 대출액만큼 한도가 나오지 않아 문의가 적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분석이다. 서울 금천구의 한 시중은행 지점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대출 수요 자체가 사라진 와중에 간혹 나타나는 실수요자도 DSR 규제와 연 5~6%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때문에 대출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DSR은 모든 대출에 대해 원리금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소득에 따라 대출 한도를 결정하는 지표다. DSR을 최대 40%까지 허용한다는 것은 연간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지 못한다는 뜻이다. DSR 규제 적용 대상은 지난 7월부터 종전 총대출액 2억원 초과 차주에서 1억원 초과 차주로 확대됐다.
높은 금리도 매수 심리를 꺾은 요인으로 꼽힌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2일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92~5.975%로, 고정혼합형 금리는 연 3.90~5.826%로 집계됐다. 2020년 10월 변동형 코픽스가 0.8%대, 고정혼합형 대출금리가 평균 2%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2~5%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실수요자 금리 지원 필요”
무주택자 사이에선 고금리 기조로 주택가격이 내년까진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아지면서 주택 구매를 미루자는 관망세가 강하다. 정부가 다음달 시행 예정인 연 3.70~4.00% 금리의 우대형 안심전환대출 지원 대상도 주택가격 시세 4억원 이하 등으로 제한돼 매매가 평균이 4억8000만원~13억1000만원대인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거주자 가운데서는 비대상자가 대부분일 것으로 관측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상자더라도 대출 규제가 심하고, 향후 출시될 금리가 비교적 저렴한 정책금융상품 등은 조건을 초과해 대출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실제 주담대를 받는 사람은 DSR 규제 등에도 주택을 구매할 여력이 되는 고액 연봉 직장인 등 소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신혼부부나 중년층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환 여력이 있는데도 각종 규제로 주담대를 받기 어려운 수도권 실수요자는 이번 정책으로 혜택을 보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과도한 부채를 떠안고 주택을 매수하는 현상 등을 방지하기 위해 지원 대상을 중·저가 아파트 구매자 등으로 제한하는 등 모호한 규제 완화를 한 결과 정책금융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생겼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에 대해선 대출 한도를 추가로 상향하거나 금리 인하 등의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박원갑 KB부동산 연구위원은 “주택시장 안정의 열쇠는 무주택자들이 쥐고 있다”며 “금리 인상 등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무주택자들이 주택을 계속 구매하지 않는다면 시장 전반의 거래 심리가 지나치게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