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에서 탈중앙화에 대한 수요를 발견했습니다.”
싱가포르 벤처캐피털(VC) 템부수파트너스의 앤디 림 회장(사진)은 “은행이나 증권사와 같은 별도의 중개기관 없이 스마트콘트랙트만으로 대출·투자를 결정하는 ‘탈중앙화조직(DAO)’에 대한 수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수수료 없이 더 많은 수익을 분배받는 형태의 조직은 기존 금융에 없는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림 회장은 “기존 금융권의 중앙화된 의사결정은 정보 이동이 빨라지면서 그 방식의 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투명성이 DAO의 핵심”이라며 “의사결정과 집행이 왜곡되지 않는 탈중앙화조직이 이상적인 형태”라고 했다.
림 회장은 세계 최대 탈중앙화조직인 BitDAO에 실리콘밸리의 ‘페이팔 마피아’로 불리는 피터 틸, 판테라캐피털 등과 함께 총 2억3000만달러(약 2600억원)를 공동 투자했다. BitDAO는 세계 최대 암호화폐 선물거래소인 바이비트가 거래수수료 일부를 기부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보유 현황과 사업 제안, 의사결정 과정 등을 투명하게 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템부수파트너스는 아시아 전역의 스타트업에 3억싱가포르달러(약 3000억원)를 투자했다. 차입 없이 자기자본만으로 투자하며, 투자를 결정하기까지 3~4년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단 투자가 결정되면 최소 10년간 회사에 필요한 네트워크와 투자금을 지원한다. 템부수파트너스로서는 이례적으로 지난달부터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의 2조원 규모 블록체인 펀드 위탁운영사(GP)를 맡고 있다. 투자건을 물색하기 위해 지난달 서울사무소를 열었다.
림 회장의 가문은 1906년 중국 하이난에서 싱가포르로 이주했다. 림 회장은 영국 케임브리지대 출신으로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홀딩스에서 전무로 재직하다가 1986년 템부수파트너스를 차렸다.
‘한국에 투자한 이유’를 묻자 그는 “개발인력이 그 어느 나라보다 우수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 엔지니어는 인도와 중국인에 비해 개발 속도가 빠르고 문제해결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말에도 노력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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