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세계 금융회사 중 처음으로 ‘무자각 인증’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무자각 인증은 사용자가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새 보이는 무의식적인 행동 습관을 토대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인증 방법이다. 스마트폰에 숫자를 입력하는 리듬이나 손가락을 움직이는 속도, 스크린을 누르는 위치 등 사람마다 미세하게 다른 입력 습관을 구별해내는 게 핵심이다. 신분증이나 비밀번호, 심지어 지문 홍채 같은 생체 인증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는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안에 이 기술을 본인 인증 및 사기 거래 탐지 등에 적용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는 고려대 데이터사이언스 랩과 산학협력을 통해 이 기술을 개발했다. 무자각 인증은 미국·유럽·호주 등 세계 20여 개 은행이 전문 기술 기업의 솔루션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지만 금융회사가 기술을 자체 개발한 것은 카카오뱅크가 처음이다. 기술 개발·적용을 담당한 카카오뱅크의 신동화 금융기술연구소 매니저(사진 왼쪽)와 강동훈 고객인증팀 매니저는 “비대면 거래를 악용한 금융사기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비대면 인증의 허점을 파고든 국내 금융사기는 피해자의 신분증이 유출되면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해자 명의로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개설해 대출을 받거나 돈을 빼내는 수법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이런 비대면 인증 사기를 포함한 전기통신금융사고는 작년 한 해에만 2만5859건 발생했다. 피해액은 2353억원에 이른다. 카카오뱅크의 무자각 인증이 도입되면 이를 사전에 잡아낼 수 있다. 강 매니저는 “스크린을 누르는 압력과 속도 리듬 패턴 등이 갑자기 달라지면 사기 가능성을 의심하고 영상통화 같은 추가 인증을 거치도록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용자의 연령대도 구분할 수 있다. 사람은 매년 나이를 먹으며 입력 속도가 1000분의 12~15초가량 느려진다고 한다. 시험 테스트 결과 무자각 인증의 사기 방어율은 89%에 달했다. 이 기술이 실전에 투입돼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한다면 100%까지 높아질 수 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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