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은 올 상반기 말 부채비율이 6544%를 웃도는 등 재무구조가 급격하게 훼손됐다. 이 회사를 품는 대한항공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두 회사의 합산 차입금은 20조원을 웃돌고, 부채비율은 400%를 넘어선다. 자칫 두 회사의 합병이 무거운 차입금 부담 탓에 '승자의 저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6월 말 부채비율이 6544.6%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4133.9%포인트나 치솟은 것이다. 실적이 나빠지면서 재무구조도 덩달아 훼손됐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으로 2830억원을 올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흑자로 전환했다. 화물사업 실적이 급격히 좋아진 결과다. 하지만 당기순손익은 -2595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했지만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영업외비용인 외화환산손실이 급격하게 불어난 영향이다.
영업외비용으로 분류되는 외화환산손실은 상반기에 4163억원에 달한 영향이다. 작년 상반기(1983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아졌다. 항공기를 들여오는 등의 과정에서 조달한 외화차입금은 지난 6월 말 4조8664억원에 달했다. 이 차입금의 이자비용과 리스료 등을 달러로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환율이 고공행진(원화 가치는 약세)하면서 원화로 환산한 달러 이자비용 등이 늘었고, 그만큼 외화환산손실로 집계됐다.
아시아나항공의 나빠진 재무구조는 이 회사 합병을 추진하는 대한항공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건부 결합 승인을 얻어냈다. 현재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심사를 앞두고 있다.
합병이 성사돼도 재무구조가 훼손된 아시아나항공을 품은 직후 불어난 차입금을 어떻게 관리할지도 관심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각종 차입금은 지난 6월 말 8조2074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의 차입금은 12조1846억원에 이른다. 두 회사의 합산 차입금은 20조3920억원으로 '차입금 공룡'이다. 두 회사의 단순 합친 부채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423.3%에 달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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