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한 식감의 간식 ‘츄잉푸드’ 영역에서 젤리가 껌을 누르고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며 대세 간식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편의점 매대에서 계산대 앞 목 좋은 곳을 차지한 젤리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껌과 매출 차이를 더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주 소비층이 어린이를 넘어 성인까지 확대되면서 젤리 제형을 적용한 숙취해소제, 비타민 등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12일 편의점 CU와 GS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젤리 매출은 껌 매출보다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한입 간식인 껌과 젤리, 캔디류의 매출 구성비를 분석한 결과다. 2016년만 해도 젤리는 껌보다 약 1.3배 많은 매출을 냈지만 2019년 2배, 2020년 3배 등 짧은 시간 안에 격차가 확대됐다.
식품·유통업계에서는 젤리의 인기가 껌의 몰락과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에서 1956년 처음 출시된 이후 어린아이들에게 씹는 재미를 줬던 껌은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 등장으로 설 자리를 잃었다. 재미를 줄 수 있는 대체품이 생긴 것. 길어야 20분 남짓 씹고 뱉어야한다는 번거로움, 껌을 자주 씹으면 얼굴형에 변화가 생긴다는 속설도 소비자들이 껌을 외면하게 된 계기가 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껌 시장은 2015년 3210억원에서 2020년 2540억원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업계는 코로나19가 껌 소비를 더 떨어뜨렸다고 보고 있다. 입냄새 방지를 위해 껌을 소비하는 수요가 있었지만 대면 활동이 줄고 마스크 착용이 보편화되자 소비가 급감했다는 설명이다. 국내 껌 시장 점유율 1위 롯데제과는 껌 매출이 2019년 1733억원에서 2021년 1180억원으로 32% 떨어졌다. 올초에는 후레쉬민트 재출시 1년만에 생산 중단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씹는 재미를 껌이 아닌 젤리에서 찾고 있다. 단무지 젤리, 아이스크림맛 젤리 등 맛과 모양이 특이한 이색 젤리가 SNS를 타고 2030 펀슈머(소비 과정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들)까지 공략하면서 소비층을 넓히고 있다. 이에 젤리 제형을 활용한 비타민과 숙취해소제까지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젤리 시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편의점 CU에서 글로벌 젤리 1등 브랜드인 독일의 ‘하리보’ 시리즈, 실제 과육과 비슷한 식감을 내는 오리온의 ‘마이구미 알맹이’ 시리즈, 스페인의 사탕 브랜드인 ‘추파춥스’ 젤리 시리즈는 젤리 카테고리 판매량 1~3위에 올라있다.
오리온은 올해 1~7월 젤리류의 국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늘어난 23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마이구미 브랜드 매출은 65% 증가했다. 중국과 베트남에서는 현지에서 젤리를 생산해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베트남에서는 고온다습한 기후에서도 물러지지 않는 기술을 적용해 젤리 출시 1년만에 4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