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서비스가 업종 불문 대세다. ‘소유에서 공유로’ 세상 유행이 바뀌는 만큼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기업이라면 넘어야 할 산이다. 문제는 혹처럼 따라붙는 과제다. 대표적인 게 약정이 끝나는 고객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다. 기존 고객은 지키고, 다른 브랜드 고객은 뺏어와 충성 고객(Brand loyals)을 늘려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욱 주목되는 게 브랜드를 이리저리 바꿔 타는 소비자(Brand switcher)다. 사용해보지 않은 브랜드도 SNS 등 채널에서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시대다. 브랜드를 바꾸는 비용이나 수고도 예전보다 줄었다. 닐슨 조사(2019년)를 예로 보면, 이미 알고 있는 브랜드를 선호한다는 소비자는 8%, 새 브랜드 이용을 시도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응답은 42%에 달했다. 브랜드 스위처들의 변덕은 비즈니스계에선 상수다.
이전에도 브랜드 스위처의 욕구를 자극해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다. 벤츠에 비해 젊은 감각을 내세워 한국에서 특히 성공한 BMW, 기술력으로 월풀을 제친 LG 세탁기, 좋은 물 같은 마케팅 포인트로 역전극이 종종 일어나는 주류시장 등에서 볼 수 있다. 프랑스 자전거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럭셔리 자전거 브랜드로 등극한 미국의 트렉도 그런 예다.
브랜드 스위처들은 소매유통, 식품, 자동차 수리, 택배 등 서비스에서 많이 목격돼 왔다. 상대적으로 의류·패션, 금융서비스, 전자제품, 소프트웨어 등에선 적었다. 그러나 ‘전자제품’에서도 스마트폰 대전을 벌여온 삼성전자와 애플에서는 얘기가 조금 다르다.
며칠 전 미국 뉴욕에서 4세대 폴더블폰(갤럭시Z 신모델)을 공개한 삼성전자의 노태문 사장이 마침 브랜드 스위처 얘기를 꺼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폴더블폰이 갤럭시S보다 3배 많은 브랜드 스위처를 끌어들인다”고 했다.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때 아이폰으로 갈아탄 소비자가 사상 최대였다는 애플 발표를 다분히 의식한 듯하다.
세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은 작년 17%(2020년 20%)로 위축됐다. 그런 삼성이 폴더블폰이란 기술 변화와 새로운 고객 경험으로 브랜드 스위처를 얼마나 만들어낼지, 애플의 팬덤과 생태계를 얼마나 허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 경제가 패스트 팔로어에서 룰 메이커로 가는 하나의 고비가 될 것 같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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