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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아버지의 정신질환 숨겨야했던 심리학자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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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쓸 엄두를 내기까지 평생이 걸렸다.”

심리학자인 스티브 힌쇼 미국 UC샌프란시스코 정신의학과 교수는 <낙인이라는 광기>를 펴내며 이렇게 썼다. 요즘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의 책이 봇물을 이룬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독특하다.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다룬 회고록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아버지는 오하이오주립대 철학과 교수였다.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스승이자 학계에서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였다. 어머니 또한 같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재원이다. 널찍한 저택 마당에 철마다 이웃을 초대해 칵테일파티를 열었다. 남부러울 것 없는 화목한 가정이었다.

실상은 좀 달랐다. 아버지는 가끔 횡설수설했고, 불같이 화를 내 식구들을 불안하게 했다. 그러다 몇 주, 길면 몇 달간 자취를 감췄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학술회의를 갔다거나 친가를 방문 중이라고 둘러댔다. 아버지는 저자가 대학 1학년 때 이렇게 털어놓았다. “나는 가끔씩 정신이 온전하지 못할 때가 있었단다.”

저자의 아버지는 오랫동안 양극성 장애를 앓았다. 조증과 울증이 동시에 나타나는 심각한 정신 질환이다. 결혼 생활 내내 망각과 환상에 시달렸고, 정신병원에 여러 차례 입원해야 했다. 아버지가 가끔씩 집을 비운 것은 그 때문이었다.

책은 힌쇼 교수의 가족사를 통해 ‘낙인’이 어떻게 정신질환자를 둔 가족에 파괴적 영향을 미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책은 미국에서 2017년 출간됐다. 1995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22년이 지나서였다. 저자는 “아버지의 인생 궤적을 되돌아보며, 나는 그제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며 “처벌과 낙인이야말로 아버지 삶의 가장 중요한 화두였다”고 말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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