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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랠리에도 '적자 늪' 헤매는 조선 3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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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 ‘빅3’가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주 호황에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선 3사는 올해 들어 7개월 만에 올해 수주 목표치의 평균 90%를 달성했다. 하지만 2분기 영업이익을 낸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과거 조선업 장기 불황에 따른 저가 수주의 여파다.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이 오른 것도 조선 업체들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또 일제히 적자 낸 조선사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올 2분기 매출 4조1886억원, 영업손실 265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선박 건조물량이 늘어나면서 전 분기 대비 7.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분기(-3963억원)에 이어 적자를 냈다. 다만 후판 가격 등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BEP(손익분기점) 수준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중공업은 2분기 매출 1조4262억원, 영업손실 2558억원을 냈다. 매출은 전 분기 대비 3.9% 줄었고, 영업손실은 169.5% 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설계 단계였던 러시아 프로젝트들의 생산 착수가 지연되면서 매출 차질이 발생했다. 영업손실은 후판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인상분 1800억원을 손실 충당금으로 반영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다만 회사 측은 2분기 세전이익이 321억원으로, 2017년 3분기 후 19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1분기 4701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대우조선해양의 2분기 실적은 안갯속이다. 시장에선 당초 대우조선이 올 1분기보다 대폭 개선된 750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51일간에 걸친 하청노조의 파업으로 8165억원에 달하는 매출 손실을 보면서 이보다 실적이 더 악화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선박 수주는 목표치 초과 달성
조선 3사가 일제히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달리 선박 수주는 연일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체는 지난해 1744만CGT(표준선환산톤수)를 수주하며,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 수주는 2013년 1845만CGT 이후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엔 994만CGT(점유율 46%)를 수주하며, 중국(926만CGT·43%)을 누르고 1위에 올라섰다. 상반기 수주 1위는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조선 3사는 이달 중순까지 305억달러의 수주 실적을 올려 연간 합산 수주 목표(351억4000만달러)의 86.8%를 달성했다. 한국조선해양은 177억7000만달러를 수주해 올해 목표치(174억4000만달러)를 7개월 만에 넘어섰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은 목표액 88억달러의 71.6%에 달하는 63억달러, 대우조선은 목표액 89억달러의 72.2%에 이르는 64억3000만달러를 수주했다. 이미 2.5~3년간의 건조 물량을 확보했다는 것이 조선 업체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 같은 수주가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수주 후 설계부터 건조, 인도까지 2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 기간 조선사는 건조 진행률에 따라 건조 대금을 나눠 받고, 실적 반영은 최종 인도 후에 계산된다. 올 하반기부터는 2020년 하반기부터 수주한 물량이 실적에 본격 반영된다.

지난해 4분기부터 발생한 손실은 2년 전인 2019~2020년 수주물량에서 비롯됐다. 당시 선박 발주 규모가 저조한 상황에서 낮은 가격에 수주했는데, 후판 가격이 치솟으면서 손실 규모가 더욱 커진 것이다.
○RG 발급 강화도 검토해야
조선 수주 랠리가 장기간 이어지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조속한 국내 조선업 경쟁력 강화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선업계는 국내 조선 3사가 ‘붕어빵’처럼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선박을 만들면서 차별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3사의 치열한 경쟁에 따른 저가 수주가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을 내세워 저가 수주를 막는 특단의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RG는 조선업체가 선박을 제때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했을 경우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물어주는 지급보증을 뜻한다. 수익성이 일정 수준 이하인 수주의 경우 국책은행이 RG 발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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