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계 ‘빅4’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지난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올 3분기는 ‘어닝쇼크(실적 충격)’에 직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8월 첫째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6.6달러로 나타났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것으로 정유사 실적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다. 지난 5월 배럴당 21.1달러, 6월 24.5달러에 달했던 정제마진이 주저앉은 것은 지난달(9.1달러)부터다. 지난달 25일엔 연중 최저치인 0.83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와 운영비를 감안한 국내 정유사들의 손익분기 정제마진은 배럴당 4~5달러 선”이라고 설명했다.
2분기까지 정유업계의 분위기는 밝았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에 매출 19조9053억원, 영업이익 2조3292억원을 올렸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다. 에쓰오일도 2분기에 영업이익 1조7220억원을 올려 1분기에 이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2분기에 영업이익 1조3703억원을 거둬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정제마진이 급감한 하반기엔 어닝 쇼크가 우려된다. 정제마진이 추락한 것은 수요는 줄고, 공급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스리랑카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은 외화 부족으로 석유제품 수입을 큰 폭으로 줄였다.
반면 공급 물량은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 중국과 미국이 치솟는 석유제품 가격에 대응해 정제설비를 풀가동한 영향이다. 중국의 하루 휘발유 수출량은 지난달 49만3000배럴로 2021년 평균(45만 배럴)을 크게 웃돌았다. 미국 동부지역 정유업체 역시 7월 설비 가동률이 98.6%로 사실상 풀가동되고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정제마진이 ‘0’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정제 사업에서 일부 손실이 발생했다”며 “올 하반기 실적은 예상치를 큰 폭으로 밑돌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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