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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기업 유치하곤 약속 뒤집는 지자체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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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쿠팡은 지난달 말 전북 완주군에 첨단 물류센터를 짓기로 한 계획을 철회했다. 당초 쿠팡은 지난해 3월 전라북도·완주군과 완주테크노밸리에 1300억원을 들여 2024년까지 10만㎡ 규모의 물류센터를 짓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MOU 체결 1년4개월 만에 투자는 백지화됐다. 이유가 뭘까.

특수목적법인(SPC) 완주테크노밸리㈜가 최초 합의한 분양가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하면서 양측 간 감정싸움이 불거졌다. 다른 합의사항도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MOU는 구속력 없는 일종의 신사협정이어서 체결 이후 과정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부실한 사후관리로 침체된 지역 경기를 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지난달 1일 공식 취임한 민선 8기 지자체장들이 취임 일성으로 하나같이 내놓고 있는 공약이 기업 유치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정인화 광양시장은 포스코케미칼 본사 유치를 내걸었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대기업 계열사 5곳을 반드시 유치하겠다고 공언했다.

지자체의 기업 유치 노력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방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업 유치야말로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업 유치가 일부 지자체장의 이른바 ‘치적 쌓기’ 등 홍보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점이다. 쿠팡 사례처럼 MOU를 맺고 대대적 홍보를 한 이후엔 실제 유치 과정에서 미흡한 준비와 대응으로 투자가 무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통상 MOU를 체결한 뒤 법적 구속력 있는 실시협약을 맺기까지는 최소 1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지자체 관계자는 “일부 단체장은 MOU 체결 전까지만 담당 부서를 닦달한다”며 “체결 후엔 진행 과정을 거들떠보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유치 과정에서 기존 약속을 뒤집는 사례도 수두룩하다. 최근 불거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공업용수 공급 논란도 신임 여주시장이 기존의 보상방안을 뒤집은 데서 시작했다. 당초 기업 유치에 앞장섰던 지자체가 막상 착공을 앞두고 각종 인·허가권을 앞세워 발목을 잡은 대표적인 사례다.

하림그룹은 미국 델라웨어주의 식품가공회사를 5000만달러에 인수한 이후부터 주정부로부터 ‘귀빈’ 대접을 받았다. 하림과 주지사 간 ‘핫라인’도 설치했다. 이후 하림은 추가 투자를 단행했다. 국내 지자체장들이 기업 유치를 공언하기에 앞서 델라웨어주의 진심 어린 투자 유치 노력을 먼저 벤치마킹해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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