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특수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석유화학업체들이 올 들어 일제히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고 있다. 원유에서 추출한 기초 원료인 나프타(납사) 가격은 올랐지만 에틸렌 등 제품 가격은 경기 침체 여파로 하락하면서 스프레드(제품가-원가)가 축소돼 수익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2분기에 21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작년 동기(5940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회사 관계자는 “원료가 상승 및 수요 둔화로 업황이 악화되며 수익성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나프타 수입 가격은 크게 올랐지만, 에틸렌 제품 가격이 수요 부진으로 하락한 영향이 컸다. 롯데케미칼의 주력 제품은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등 기초 소재다. 나프타를 수입한 후 이를 열분해(NCC)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 유분을 생산·판매한다. 롯데케미칼은 에틸렌 생산량 기준으로 국내 최대 업체다.
통상 나프타는 석유화학 제품 제조 원가의 70%가량을 차지한다. 업계에 따르면 수익성 핵심 지표인 에틸렌과 나프타 가격 차이(스프레드)는 올해 들어 손익분기점인 t당 3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말엔 한때 ‘심리적 마지노선’인 100달러가 무너지기도 했다. 유가 상승에 따른 나프타 가격 인상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롯데케미칼과 함께 국내 주력 에틸렌 생산업체인 대한유화와 여천NCC가 올 2분기에 영업손실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석유화학업계의 부진은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업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국내 최대 석유화학사인 LG화학은 올해 2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59.0% 감소한 878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LG화학은 다른 업체와 달리 PVC, 아크릴, 합성고무 등 다양한 특수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음에도 경기 침체 여파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위생용 장갑 소재 NB라텍스를 앞세워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금호석유화학은 올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53.0% 감소한 35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던 NB라텍스 수요가 줄어든 데 이어 타이어용 범용 고무도 수요 악세와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감소했다. 국내 화학사 ‘빅3’인 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조2109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4887억원) 대비 65.3% 급감했다.
문제는 경기 침체 여파로 하반기 들어서도 석유화학업체의 불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수요 부진과 함께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치면서 실적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석유화학업체들은 나프타를 대체할 수 있는 연료인 액화석유가스(LPG) 사용 비중을 늘리는 동시에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사업 다각화 등을 서두르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케미칼 부문 영업이익은 20% 넘게 급감했지만 태양광 분야의 흑자 전환에 힘입어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인 277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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