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하이트진로의 소주공장에 이어 맥주공장에서도 시위를 벌여 회사 측이 제품 출고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연중 맥주 최대 성수기인 여름까지 이어진 시위로 인해 하이트진로 경영 전반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 조합원은 전날 오후부터 강원 홍천군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서 화물차 20여 대를 동원해 출입 도로를 차단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인원은 약 200명으로 대부분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이며, 이천·청주공장에서 파업을 벌여왔던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은 이틀간 제품 출고가 중단됐다. 강원공장은 ‘테라’ ‘하이트’ 등 하이트진로 맥주 생산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의 맥주 생산량은 총 41만6500kL로 전북 전주공장(39만820kL)보다 많다. 하이트진로는 전국의 생산기지 다섯 곳 중 전주와 마산을 제외한 세 곳이 화물연대의 영향권에 들어가게 됐다.
하이트진로는 화물연대의 강원공장 시위에 대해 “악의적이고 명분 없는 영업 방해”라며 “공권력이 투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강원공장의 시위자들은 대부분 화물연대 지역본부 소속으로 강원공장과 연관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며 “화물연대가 이천·청주공장 화물차주 시위에 개입한 이후 별다른 성과가 나지 않자 여름 성수기 매출에 악영향을 줄 목적으로 강원공장까지 간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태는 하이트진로의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0여 명이 지난 3월 화물연대에 가입한 이후 촉발됐다. 이들은 운임 30% 인상, 차량 광고비 지급 등을 요구하며 이천·청주공장에서 넉 달 넘게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천·청주공장은 한때 ‘참이슬’ ‘진로’ 등 소주의 생산이 중단되고 출고가 줄어드는 등 몸살을 앓았다. 지난달 말에는 이천공장 앞에서 시위하던 화물연대 조합원 20명이 경찰관을 폭행해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무더기 체포되기도 했다.
하이트진로의 위탁 물류회사인 수양물류는 이천·청주공장 소주 이송 화물차주와 협상하고 있다. 수양물류는 “오는 8일까지 업무에 복귀하는 화물차주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통지하고 ‘휴일 운송료 150% 인상’ 등 최종안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하이트진로 위탁 운송을 맡는 화물차주들 사이에서도 화물연대에 대해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서 발생한 물류 차질 관련 소송으로 일부 화물차주의 금전적·법적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도 화물연대가 중심이 돼 시위를 계속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6월 11명을 상대로 약 5억78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부 등 8명에게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천공장 관할 수원지방법원에선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신청을 지난달 말 인용해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