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명보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중국의 반발에도 대만을 방문한 데 대해 미·중 관계가 한국전쟁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고 평가했다.
명보는 3일 사설을 통해 "미국과 중국 어느 쪽도 펠로시의 정치적 행보를 둘러싸고 전쟁을 하고 싶어하지는 않는 것 같지만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분명히 중국의 핵심 이익에 도전하는 것이고, 이로 인해 신냉전 시대 미·중은 첫 번째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며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이번 위기의 서곡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중국 인민해방군은 5일 연속으로 대만 주변 6개 지역에서 대만을 봉쇄하는 것과 같은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며 "상황이 악화하면 '쿠바 미사일 위기'의 21세기 버전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냉전 시기인 1962년 옛 소련이 미국과 가까운 쿠바에 핵미사일 배치를 시도하면서 미국과 소련이 대립한 사건으로, 핵전쟁에 가장 근접했던 때로 평가된다.
명보는 "앞으로 며칠 동안 있을 중국군이 대만을 겨냥해 벌이는 군사훈련에 미국이 약하게 대처하면 대만을 정말 지지하는 것이냐는 의문을 낳을 것이고, 군사적 행동을 취하면 대만 해협의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전날 펠로시 의장 일행을 태운 C-40C 전용기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후 남중국해를 경유해 대만으로 향하는 통상적인 항로 대신 오른쪽으로 다소 우회해 대만 쑹산공항에 도착했다.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항로를 피해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영공을 경유하면서 말레이시아에서 대만까지의 통상 비행시간인 5시간보다 2시간 더 걸렸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