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건설은 단순히 주택 및 건물만 지어서는 중장기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은 자산운용사와 손잡고 디벨로퍼(부동산 개발 업체)를 세우거나 해외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남다른 행보로 건설업계 흐름을 선도하는 ‘트렌드 세터’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산운용사와 손잡고 디벨로퍼 설립
우미건설은 내부 임직원의 역량 강화뿐 아니라 외부 전문가나 기술력 있는 전문 업체와의 협업도 꺼리지 않았다. 경계 없는 다양한 시도가 ‘더 나은 공간 창조’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건설사 중 가장 활발하게 다양한 투자 활동을 병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우미건설은 먼저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에 관심을 뒀다. 자산운용사들은 실제 부동산 개발이나 투자 시장에서 빠르게 ‘큰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시장 흐름을 파악한 우미건설은 2019년 11월 대표적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에 전략적 투자자로 나섰다. 이후 마스턴투자운용,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 캡스톤자산운용, 지알이파트너스자산운용 등에 주요 주주로 참여했다. 이를 통해 부동산 투자 영역에서 탄탄한 외부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우미건설은 이들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개발·시공 기회를 확대했다.
우미건설은 이렇게 구축된 네트워크를 활용해 주력 사업인 주택 외에 부동산 펀드를 활용한 물류, 오피스, 리테일(소매) 등 비주거용 부동산 자산에 적극 투자했다. 특히 투자와 동시에 개발·시공에도 참여해 수익 구조를 빠르게 다변화했다. 대표적으로는 서울 강남역 센터포인트와 경기 이천 물류센터, 여주 물류센터, 용인통삼 물류센터 등이 있다.
우미건설이 이지스자산운용과 디벨로퍼 이지스린을 세운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쟁력과 우미건설의 건설 사업 능력을 합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란 계산이었다. 이지스린은 신재생에너지 등 발전에 사용되는 부동산, IDC(인터넷데이터센터), 골프장, 도심형 물류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우미건설은 퍼시픽투자운용이 조성한 부동산 펀드에 주요 출자자로 참여해 서울 도곡동에 있는 SEI타워와 삼성역에 있는 글라스타워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우미건설은 SEI타워 인수 후 이름을 린스퀘어로 변경하고, 경기 성남 분당에 있던 본사를 이전해 강남 시대를 열었다.
○미국 자회사 통해 임대주택 개발까지
우미건설은 기존 오피스·상업 공간의 가치를 재해석하는 리모델링 시장에도 진출했다. 대구 삼성생명빌딩 리모델링 사업에 투자하고 시공을 맡은 게 대표적 예다. 당시 유동 인구 흡수에 유리한 저층부 공간을 최대화해 리테일 용도 변경과 확대를 제안했다.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 서울아산병원·KAIST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청라국제도시 의료복합타운’을 구축하는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지스자산운용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선 ‘마곡서울식물원 서측 명소화부지 민간사업자 공모 사업’에 참가해 우선협상 대상자로 뽑혔다. 또 서울 스마트 마이스 파크 컨소시엄에 참여해 ‘잠실 스포츠·마이스(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복합공간 조성 민간투자사업’까지 수주했다.
우미건설은 해외 시장에 대한 투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자회사인 우미USA를 설립해 미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그 첫 번째 사업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 인근 듀이 애비뉴에 임대주택을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에 있는 아마존·페덱스 물류창고 개발 펀드에 참여해 자산 포트폴리오 범위를 넓혔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해외 시장 확대를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신시장 개척, 글로벌 부동산 투자 트렌드 흡수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