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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규호의 논점과 관점] 용산개발, 실패 반복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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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국제업무지구 사업이 좌초된 이후 10년째 흙먼지만 날리던 서울 용산정비창 일대 50만㎡ 땅이 다시 개발된다. 서울시는 토지 소유자인 코레일과의 실무 협의 등을 거쳐 용산정비창을 글로벌 첨단기업이 상주하는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조성하겠다고 지난달 26일 발표했다. 돌아보면 10년을 왜 허송했나 하는 의문이 들면서도, 늦었지만 경제 활력 회복의 큰 모멘텀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간절해진다.
리스크 줄인 개발 방식 호평
사업 재추진의 가장 큰 계기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복귀다. 2006년 용산 개발 아젠다를 처음 제시한 이가 당시 첫 임기를 시작한 오 시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무상급식과 관련한 보편·선별복지 논쟁에 휘말려 2011년 8월 서울시장직을 사퇴하고 말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겨내나 싶었던 용산 개발은 코레일 등 출자사 30개로 구성된 민간PFV(프로젝트금융회사) 내 주도권 다툼과 갈등 속에 결국 무산됐다.

이런 관련성 때문에 오 시장이 ‘컴백’해 내놓은 서울시의 개발 구상에선 꼭 성공시키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힌다. 서울시는 개발 방법을 고민할 때 ‘실현 가능성’에 가장 큰 중점을 뒀다고 한다. 금융위기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출자사 간 갈등이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과거 민간PFV 주도의 통개발 방식을 이번엔 채택하지 않은 것이다. 그 대신 공공기관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코레일이 공동 사업시행자로 나서 부지 조성, 기반시설 구축을 마치고 부지를 민간에 분양하는 단계적·순차적 개발로 방향을 잡았다. 공공이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여서 그만큼 민간 참여의 리스크는 줄었다. 사업이 중간에 좌초될 가능성도 줄어든다. “틀을 잘 짰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땅주인인 코레일이 지분 70%의 대주주(SH공사는 30%)로 참여하는 등 더 커진 공공의 역할이 생각하지 않은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사업주체들이 사업의 원활한 진행보다는 명분과 이념에 집착한 부분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전엔 서부이촌동 아파트 2200가구가 개발구역에 포함됐다. 한강을 가로막는 성냥갑 아파트를 허물고 강변북로를 지하로 넣어 한강 공간을 시민에게 돌려주려는 목적에서였다. 그러나 오 시장 뒤를 이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부이촌동 주민 동의 투표를 다시 받겠다” “임대아파트를 짓겠다”며 개발보다는 상생에 집중하는 듯했다. 2012년 취임한 코레일 사장은 3.3㎡(1평)당 4000만원에 달한 용산지구 내 아파트 분양가를 문제 삼았다. 지금이면 평당 2억원을 호가할 최고의 주거 입지를 놓고 비전문가가 고(高)분양가를 트집 잡은 것이다.
명분 집착, 조바심 경계해야
땅값 8조원이 들어오면 코레일의 누적 적자 문제가 한번에 해결될 수 있음에도 기회를 놓쳤다. 사업주체는 그대로인데, 공공기관장의 성향에 따라 사업이 애를 먹을 수도 있는 것이다.

빠른 사업 진척에 대한 조바심도 경계해야 한다. 용산 개발은 총 12조50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내년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는 대규모 역사(役事)다. 인천공항, KTX, 4대강 개발과 같은 대형 국책사업 못지않게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다. 하지만 세계 금융 환경은 긴축 기조로 돌아서 이미 경기 하강이 본격화하고 있다. 개발사업의 수익성이 기대 이하로 쪼그라들 수 있다. 그렇기에 한 걸음 한 걸음 두드려보고 전진해야 할 사업이다. 오 시장은 “더 늦기 전에 (용산 개발을)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업 속도보다 중단 없는 진행에 욕심을 더 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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