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체제 전환을 놓고 친윤(친윤석열)계와 5선 중진 서병수 의원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지난해 8월 대통령 후보 경선을 놓고 갈등을 빚은 지 1년 만이다.
서 의원은 1일 언론과의 통화에서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려면 합당한 명분과 당헌·당규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며 친윤계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 배현진 의원을 비롯한 친윤계 바람대로 비대위를 구성하려면 당 전국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서 의원의 협조가 필요하다.
서 의원은 그러나 “지난달 의원총회 의결을 통해 결정한 직무대행 체제를 비대위로 전환할 이유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전국위에서는 (사퇴한) 최고위원을 보완할 새로운 최고위원을 선출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배 의원과 조수진 의원의 빈 자리를 전국위에서 선출한 인사로 메우면 되는 만큼 최고위원 정족수 미달을 근거로 비대위로 전환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서 의원과 친윤계는 악연이 있다. 지난해 8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경선준비위원장을 맡은 서 의원은 보름 만에 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경선 관리 과정에서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의 참여를 놓고 친윤계 의원들과 갈등을 빚은 결과였다.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12월에는 “하이에나 같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소굴을 윤 후보가 나서 정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 의원은 박진 외교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비슷한 시기에 국회에 진출했다. 두 사람과 달리 서 의원은 정권 교체 이후 정부나 당에서 특별한 역할을 맡지 못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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