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남서쪽 프랑스와 국경을 마주한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슈투트가르트 등 산업도시와 프라이부르크 등 전원도시가 어우러진 이 지역 중소도시 오버코헨에는 ‘첨단 산업의 시작과 끝’인 반도체 생산용 노광장비(리소그래피)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이 있다. 1871년 세계 최초로 광학현미경을 개발한 176년 전통의 기업 자이스다.
지난 28일 기자가 자이스 반도체기술본부(SMT)를 방문했을 때 이곳은 건물 신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현장 관계자는 “극자외선(EUV) 광학시스템 생산 설비를 확충하기 위해 여념이 없다”고 말했다.
자이스는 삼성전자가 최근 양산을 시작한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반도체 제조용 EUV 노광장비의 광학시스템을 네덜란드 ASML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ASML이 EUV 장비 하나로 세계 반도체 시장의 ‘슈퍼 을’로 군림하고 있지만 자이스 없이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세계 반도체 칩의 80%가 자이스 기술에서 탄생한다. 자이스 SMT 지식재산(IP) 부문을 총괄하는 안드레아스 자일러 부사장은 “그동안 자이스 장비로 일군 연구 성과가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진 게 36건”이라며 “EUV 노광장비는 인류가 만들어낸 기술 가운데 가장 진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 이하 선폭을 새길 차세대 EUV 장비도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50여 개국에 100여 개 거점을 둔 자이스는 지난해 75억유로(약 10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20% 급증한 수치로 회사 설립 후 최대 기록이다. 자이스의 SMT를 취재한 것은 국내 언론 가운데 한국경제신문이 처음이다.
오버코헨=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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