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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프렌드쇼어링이 던지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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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을 방문한 미국 재무장관 재닛 옐런은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이라는 개념을 우방에 전파하는 전도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듯했다. 그는 전 세계가 직면한 작금의 위기는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국가 간 연대와 공동의 노력으로 극복해 나가야 함을 줄곧 강조했다.

프렌드쇼어링이란 공급망 이슈를 동맹국, 우방국과의 협력을 통해 해결한다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의 기술 전쟁, 코로나 팬데믹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발생한 글로벌 공급망 문제를 미국 단독으로 해결하기는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전쟁 이후 줄곧 리쇼어링(re-shoring)을 추진했으나 역부족을 느끼고 ‘프렌드쇼어링’이라는 새로운 정책을 통해 세계 무역질서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기업이 해외로 진출했다가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는 ‘제조업의 본국 회귀’를 뜻하는 리쇼어링의 플랜B로 해석할 수 있다. 프렌드쇼어링이라는 새로운 미국의 정책이 주는 시사점을 생각해 본다.

첫째, 당분간 고비용 경제 구조가 뉴노멀로 정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0년 세계는 냉전 종결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시장경제의 확산으로 글로벌 아웃소싱과 오프쇼어링이 일반화했다. 그 결과 전 세계 소비자들은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 이제 엔데믹 이후의 세상은 블록화한 경제와 프렌드쇼어링을 통한 신규 공급망으로, 이전보다 고비용 경제구조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는 공급망 재구축 비용과 더불어 추가적 리스크 비용을 발생시켜 인플레이션을 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에 정치, 외교적 리스크가 보태져 공급망 위험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둘째, 미국과 서유럽 주요국 경제에서 올해 들어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그 결과 수요 위축까지 생기면서 경기 불황의 터널에 진입하고 있다. 미국보다 유럽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이전부터 ‘No Action, Talking Only’의 약자라고 불리며 ‘종이호랑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는 적극적으로 개입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일부 분석가는 러시아와 중국을 공급망에서 제외하는 프렌드쇼어링으로 벌써부터 서유럽의 추가 몰락을 예상하고 있다. 결과는 유로 환율에 즉각 반영돼 ‘1달러=1유로’ 시대가 열렸다. 영국도 브렉시트 이후 갈팡질팡하다가 총리가 실각했을 뿐만 아니라 공공서비스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빠지고 있다.

셋째, 유럽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면에서 세계를 주도하는 지역이다. 기업 윤리와 ESG 경영을 가장 먼저 실행해 기업 활동의 새로운 기준을 설정하고 지구적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막대한 친환경 에너지 공급망 구축 비용을 부담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해 러시아의 저렴한 천연가스 공급이 끊기면서 그동안 추진해온 각종 친환경 정책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ESG 운동의 지속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최근 더이코노미스트는 E를 제외한 SG 추진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면서 E도 탄소배출(emission) 단일 기준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의 최우선 미래 전략은 프렌드쇼어링 정책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면서 패권을 지속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세계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과 기존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 사이에서 한국은 전략적 모호함을 보다 세련되게 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초격차 기술을 개발, 보유하고 이전보다 전략적으로 공급망 위험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현명한 처세와 외교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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