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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의 '비상선언' 딜레마…"슬픔만으로도 이성만으로도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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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의 남자' 송강호가 올해 극장가를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지난 5월 칸에서 영화 ‘브로커’로 한국인 최초 남우주연상을 차지한 그의 작품들이 잇달아 개봉하고 있다. 지난달엔 '브로커'가 스크린을 장식한 데 이어, 다음달 3일엔 ‘비상선언’이 관객들을 찾아온다.

송강호는 27일 화상 인터뷰를 갖고 국내 관객들과 잇달아 만나는 소감을 밝혔다. "사실 어떤 작품이든 부담되고 긴장됩니다. 배우로서 최선을 다해 연기해야 하면서도, 어떤 결과든 담담히 받아들일 준비를 하죠."

'비상선언'은 올 여름 주요 대작으로 꼽힌다. 제작비만 300억원에 달하며, '우아한 세계' ‘관상’ ‘더 킹’ 등을 만든 한재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송강호·이병헌·전도연·김남길·임시완 등이 함께 출연한다. 송강호는 '우아한 세계' '관상'에 이어 이번 작품으로 한 감독과 세 번째 만났다. "감독님을 잘 알고 있다는 게 이번 작품 출연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감독님이 추구하는 방향을 알고 있어서 별다른 어려움이 없이 촬영할 수 있었죠."



그는 이 영화에서 '브로커'와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브로커'에선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를 불법으로 입양시키는 브로커를 연기했다. 반면 '비상선언'에선 비행기 테러 제보를 받고 사건 해결을 위해 온몸을 내던지는 형사 인호 역을 맡았다. 송강호는 테러 대상이 된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난 아내에 대한 간절한 마음,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집요하고 강인한 모습을 오히려 과하지 않고 다소 절제하며 연기했다.

"아내와 사람들을 너무 구하고 싶은데 지상에선 한계가 분명 있죠. 이 딜레마를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연기했습니다. 슬프게만 표현해선 안 되고, 너무 이성적으로 생각해서도 안되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적절히 표현할지 고민하며 연기했습니다."

송강호는 '비상선언'만의 매력으로 '시의성'을 꼽았다. 영화에선 테러범이 생화학 테러를 벌이면서 기내에 바이러스가 급속히 퍼지게 된다. 작품 자체를 기획하고 촬영한 건 코로나 이전이지만, 현재 코로나 상황과 잘 맞아 떨어진다. "우리 모두가 현재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습니까. 의도하지 않않지만 '비상선언'은 절묘하게 시대와 맞아 떨어진 것 같아요. 우리가 재난을 당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죠."

영화는 재난 자체보다 재난 발생 이후 수습 과정에 더욱 초점을 맞춘다. "인생을 살다 보면 일어나면 안 되지만, 크고 작은 재난을 겪게됩니다. 그런 재난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수습하고 해결하는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서 이 영화는 확실히 이전 재난물들과 다른 지점에 있습니다. 재난을 헤쳐나가는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어른스럽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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