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윤석열 대통령과 주고받은 메시지가 공개돼 정치권에 파문이 일고 있다.
권 대행은 "제 부주의로 윤 대통령과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이 언론에 노출됐다"며 약 두 시간 후 "이유를 막론하고 당원 동지들과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권 대행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적으로 제 잘못이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준석 대표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로 표현한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이) 당 대표 직무대행까지 맡으며 원구성에 매진해온 저를 위로하면서 고마운 마음도 전하려 일부에서 회자하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해명했다.
이런 배경으로는 "(윤 대통령이) 오랜 대선 기간 함께 해오며 이준석 당 대표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낸 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19분에 권 대행에게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라고 발송한 뒤 11시 40분에는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권 대행은 11시 55분에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권 대행이 이 문자를 열어본 것은 오후 4시가 넘어서다.
권 대행은 부주의라고 해명했지만 오랜 정치경력의 그가 국회기자단이 버젓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을 텐데 대통령과의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된 것이 진짜 실수냐는 의혹도 쏟아졌다.
사진이 찍힌 때인 오후 4시 13분에 권 대행은 문자메시지 입력 칸에 “강기훈과 함께…”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적고 있었다. 이에 따라 메시지에 등장한 강기훈이 누구인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강기훈은 1980년생으로 2019년 대안 우파 성향의 ‘자유의 새벽당’ 창당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권 대행과 가까운 사이로 지난 대선에서 청년 정책 관련 조언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의새벽당 홈페이지에는 대한민국 최초의 자유우파정당으로 소개돼 있다.
현재 대통령실 기획비서관실 행정관에 강기훈이라는 인물이 있지만 권 대행이 텔레그램에 적은 강기훈과 동일인물인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뜻밖의 윤심 공개에 여야의 비판이 쏟아졌다.
그간 당무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윤 대통령이 일관되게 밝혀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의 징계와 이후 여당 체제 정비의 배후에 윤 대통령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만한 빌미를 해당 메시지가 던진 탓이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윤 대통령의 말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허언이었나”라며 “민생 챙기기에 분초를 다퉈도 부족한 상황에서 당권 장악에 도원결의라도 하는 듯한 두 사람의 모습이 기가 막힌다”고 지적했다. 조 대변인은 또 “윤 대통령은 국민 걱정은 안중에도 없이 뒤에서 몰래 당권 싸움을 진두지휘했다는 말인가”라며 “윤 대통령은 이 대표 징계에 관여했는지 분명히 밝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 대표를 징계하고 내치는 데 배후 역할을 맡지 않으셨나 의구심이 든다”며 “바쁜 국무 시간에 당 의원들이 (대정부질문에서) 잘하는 지 보는 것도 줄 서기를 강요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대선 기간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위해 손잡고 선거 운동한 사진을 올리며 '내부 총질'이라고 적어 우회적으로 이 대표 엄호에 나섰다.
당사자인 이 대표는 울릉도 사진을 올리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윤 대통령이 27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논란에 입장을 밝힐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