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지분(81.84%)의 매각을 제한한 보호예수가 27일 해제된다. LG화학이 보호예수 해제에 맞춰 LG에너지솔루션 보유 지분 가운데 일부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LG화학은 이에 대해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내부적으로는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주식 2억146만 주의 보호예수가 27일 풀린다. 전체 주식 2억3400만 주 가운데 86.1%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 22일 종가(38만2200원)로 계산하면 76조9600억원에 이른다. 보호예수는 상장, 유상증자 등으로 회사 주식을 대거 보유한 투자자에게 3~12개월 동안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소액주주를 보호하고 기관투자가의 ‘먹튀’를 막기 위한 목적이 깔려 있다.
LG화학 보유 주식 1억9150만 주도 27일 보호예수에서 풀린다. LG화학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블록딜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배경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안정적 수급처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완성차업체에 팔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관측이 퍼지면서 LG화학 주가는 18~21일 4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이 기간 주가는 11.1%(5만7000원)가량 뛰었다. LG화학 관계자는 블록딜에 대해 “계획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 보유 지분이 80%를 웃도는 만큼 경영권을 지킬 수준(50%+1주)만큼만 남기고 처분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LG화학이 양극재를 비롯한 2차전지 소재 설비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을 팔 것이라는 분석도 적잖다. LG화학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국내외 화학·양극재·분리막 설비에 2조1083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LG화학이 표면적으로 블록딜에 선을 그은 것은 물적분할 트라우마 때문이다. 이 회사는 배터리사업부를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주주들 반발이 거셌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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