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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어급 IPO기업 일방적 상장 중단, 헛심 쓴 주관사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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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7월 26일 08:3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대어급 IPO 기업이 상장 작업을 중단하거나 재검토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관사단은 소외됐다. 사전에 합의 절차 없이 일방적인 통보를 받더라도 이렇다 할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PO를 추진하던 기업이 자체적 판단 아래 상장 절차를 중단하면서 주관사 입장에선 보수도 받지 못한 채 인력과 비용만 낭비하는 사례가 잦아졌다.

최근 IPO를 공식적으로 철회한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상장 철회 사실을 공시했던 21일 당일 오전 주관사 측에 철회 의사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최대 주주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의 IPO 주관업무를 맡은 주관사 실무진 역시 해당 사실을 언론 기사를 통해 접했다.

비단 올해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IPO를 추진하다 지분 매각으로 선회했던 한화종합화학 역시 주관사단에 사후적으로 양해를 구했다는 후문이다. 모두 수요예측 등 공모 절차 돌입 이전에 선택을 바꿨다.

이에 각 IPO 기업에 상주 인력을 두고 상장 작업에 공을 들여온 주관사는 수수료도 받지 못하고 인력과 비용만 낭비하게 됐다. IPO 주관 계약상 보수는 성공 보수만 존재할 뿐 주관사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이나 별다른 페널티가 없기 때문이다. 대어급 IPO일수록 주관사에서 더욱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만큼 기회비용은 더욱 크다.

상장 여부야 각 IPO 기업의 선택 사항이지만 상장 철회 또는 중단으로 받을 피해가 없다 보니 상장에 책한 책임감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부 IPO 기업의 경우 상장 무산 이후 수고비 형태로 일부 비용을 보전해주기도 하지만, 극소수인데다 그 금액 역시 소액에 불과하다.

발행사와 주관사 양측이 합의해 계약 조항에 넣을 수는 있지만, 형식적인 가능성일 뿐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상장을 앞둔 기업들이 고객사인 만큼 이들의 요구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IPO 기업이 그룹 계열사일 경우 해당 그룹과 연계된 딜이 많은 만큼 볼멘소리를 내긴 더욱 쉽지 않다는 것이 IB 업계의 전반적인 인식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IPO 기업이 현재 시장에서 얼마 정도의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간’만 보고 발을 빼도 이렇다 할 제동 장치가 없다”며 “입찰제안서를 제출부터 공모 절차까지 서류 작업과 수차례에 걸친 실사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3~6개월 가까이 IPO 전문 인력을 상주시키는 입장에서 허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례로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대표 주관사와 공동 주관사, 법률 자문사 등에서 차출된 30명가량의 인력이 현대오일뱅크 서울사무소에서 출퇴근하며 대응해왔다.

입찰 제안서 제출과 상장 작업은 IPO 기업의 공모 전략뿐 아니라 향후 사업전략과 지배구조 개선 등 경영 자문 영역을 포괄하는 난이도 높은 작업이다. 증권사마다 회계사와 세무사, 변리사, 경영 컨설턴트 등 다양한 전문 인력을 갖추는 이유다.

비용 부담이 없다 보니 일부 IPO 기업은 최대한 많은 주관사로부터 입찰제안서를 받아 일종의 경영 자문 컨설팅을 받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의 경영 정보나 사업 전략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사의 IPO를 맡았던 주관사에 입찰 제안요청서를 주는 경우도 있다”며 “실제 IPO 완주 의지가 있는지, 모든 증권사에 공정한 주관 계약 기회가 있는지 의심스러워도 경쟁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IPO 진행 상황에 맞춰 단계별로 일종의 유지 보수비를 지급하거나 착수비 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당장 자금 마련이 시급한 중소형 IPO 기업의 경우 오히려 IPO 추진 의지를 꺾을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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