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1조7000억원을 투자해 말레이시아에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증설한다. 배터리 폼팩터(형태)를 다양화해 수주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삼성SDI는 21일 공장이 들어서는 말레이시아 스름반에서 기공식을 열었다. 2025년 완공까지 1조7000억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해 2170(지름 21㎜, 길이 70㎜)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양산 시점은 2024년이다. 이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전기차와 마이크로 모빌리티(개인형 이동수단), 전동공구 등에 쓰일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삼성SDI의 투자 규모를 감안해 2공장 생산 능력을 연 15~16GWh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1공장 원통형 배터리 생산 능력은 연 10~11GWh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며 “천안공장 증설까지 감안하면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 생산 능력이 연 30GWh 추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행사엔 최윤호 삼성SDI 사장, 말레이시아 주의회 의원, 주정부 기관 대표를 비롯해 소재업체인 포스코케미칼과 일진머티리얼즈 현지법인 대표 등이 참석했다. 최 사장은 “2030년 글로벌 ‘톱 티어’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말레이시아 주정부와 파트너사들이 최고의 품질로 힘을 보태준다면 비전 달성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가 원통형 배터리 라인을 늘리는 것은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원통형 배터리를 고집하는 테슬라에 이어 BMW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이 제품의 채용을 늘리는 추세다. BMW는 지름 46㎜의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4680 배터리)를 2025년 출시할 전기차에 탑재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삼성SDI가 천안공장에 파일럿(시범 생산) 라인을 신설해 개발 중인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가 여기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음 주 발표되는 삼성SDI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4000억원으로 안팎으로 예상된다.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이 나올 것이란 기대가 상당하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부진했던 유럽 전기차 판매 실적이 반등하면 (유럽 시장 비중이 높은) 삼성SDI 주가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