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연수는 젊은 날에 밑줄을 쳐가며 읽었던 문학 작품 속 문장들을 약 20년 만에 다시 읽었다. 그러면서 자문했다. “지금의 나는 20년 전의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자문의 결과는 2004년 첫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 10만 부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 《청춘의 문장들》(마음산책·사진) 개정판이다. 최근 출간된 이 책은 김 작가가 젊은 시절 사랑했던 시, 소설, 노래 가사 속 문장들과 관련된 일화, 그에 대한 감상을 담은 산문집이다.
김 작가는 출간 이후 처음으로 초판 문장들에 손을 댔다. 30대 중반에 쓴 젊은 날의 기억을 50대에 되짚어본 셈이다. 그러면서 개정판에 3개의 산문을 더했다. 그 가운데 하나인 ‘꿀을 머금은 것처럼 지지 않는 벚꽃들을 바라본다’에는 몇 년 전 작가의 아버지가 단풍길을 걷다가 ‘나뭇잎은 저렇게 졌다가도 봄이면 다시 돋는데 한 번 떠난 사람은 왜 다시 오지 않는가’라는 내용의 일본 시를 읊조리는 장면이 나온다. 작가는 “스스로 읊은 시처럼 아버지는 한 번 떠나 영영 다시 오시지 않는다”며 “그제야 나는 내가 사는 이 땅의 풍경이, 누군가에게는 한 번 떠나고 다시 오지 않는 어떤 이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되리라는 걸 깨닫는다”고 썼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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