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593.27

  • 56.51
  • 2.13%
코스닥

763.88

  • 10.61
  • 1.37%
1/4

삼표시멘트, 코스피 이전상장 추진…기업 이미지 제고와 공매도 탈피 ‘일석이조’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이 기사는 07월 20일 15:5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이자 삼표그룹의 유일한 상장사인 삼표시멘트가 유가증권시장으로 둥지를 옮긴다.

삼표시멘트는 쌍용C&E,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등과 경쟁하는 국내 대표적인 시멘트 제조사다. 여러 차례의 인수합병을 거치며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지난 2015년 삼표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이후 수익성 회복에 성공해 알짜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룹 차원의 이미지 쇄신을 위한 카드라는 평가다. 삼표그룹은 최근 1~2년 새 연이은 근로자 사망 사고와 담합 과징금, 국세청 세무조사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번 이전상장을 통해 높은 규제 수준을 충족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겠다는 포석이다. 악재를 겨냥한 공매도 투자와 거리를 두는 계기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삼표그룹 편입 이후 수익성 개선

삼표시멘트는 18일 유가증권시장 이전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연내 이전상장 작업을 모두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NH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업무를 맡았다.

삼표시멘트는 연간 1100만톤의 시멘트를 생산할 수 있는 강원도 삼척시 소재 삼척공장에서 시멘트를 생산하고, 전국의 출하 기지를 통해 시멘트 및 2차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다. 현재 강원도 삼척시 소재 본공장 외에 전국에 21개 분공장 및 사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삼표시멘트의 전신은 동양그룹 창업주인 故 이양구 회장이 1957년에 세운 동양세멘트공업이다. 1985년 동양시멘트로 상호를 변경한 이후 인수합병 등을 통해 2001년 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2015년 9월 삼표그룹이 동양시멘트를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시키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동양시멘트 인수전에는 시멘트·사모펀드·레미콘 회사 등 다양한 후보들이 매입 의사를 보이며 각축전을 벌였다. 삼표그룹은 당시 건설 기초 소재 분야의 수직 계열화를 목표로 가장 높은 8000억원을 적어내며 삼표시멘트를 품에 안는 데 성공했다.

당시 삼표그룹은 인수금융으로 2000억원을 조달하고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표의 자산으로 담보대출을 받았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등 오너일가도 개인이 보유한 부동산을 담보로 자금 조달에 나섰다.

삼표그룹 계열사는 그동안 자본시장과 별다른 접점이 없었지만, 삼표시멘트 인수 이후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과 상환우선주 발행, 증권사 대출 등 전방위적인 외부 자금 수혈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승자의 저주’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삼표시멘트는 삼표그룹에 편입된 이후 매년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보이며 삼표그룹의 알짜 자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삼표시멘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5690억원, 영업이익 527억원을 올렸다. 순이익은 203억원이다.

전체 매출의 99%가 시멘트 사업부에서 발생하고 있다. 2015년부터 폐기물을 자원화해 부원료 및 연료의 일부를 대체하는 에너지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수익 창출보다는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초석을 닦는 단계다.

주요 자회사로 삼표자원개발과 삼표해운이 있다. 삼표자원개발은 시멘트의 원재료가 되는 석회석 채굴과 판매를 맡고 있다. 삼표해운은 시멘트 운송을 맡는다. 두 회사 모두 매출의 대부분이 삼표시멘트를 통해 발생하는 구조다.


◆기업 인지도 향상 및 그룹 이미지 재건

삼표시멘트가 약 21년 만에 코스닥 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상장을 꾀하는 대표적 이유로는 이미지 제고가 꼽힌다.

올해 초 삼표그룹 계열사인 삼표산업이 운영하는 채석장에서 근로자 3명이 매몰되는 사고가 나자 삼표산업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수사 대상 1호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1~2년 새 석회석 광산과 시멘트 공장, 채석장 등에서 연이어 사망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생긴 불상사다.

이 밖에 올해 삼표그룹을 대상으로 한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와 삼표산업의 레미콘 담합 과징금 부과 등으로 연이어 그룹 이미지가 실추되는 사건·사고가 유독 많았다.

삼표그룹은 그 이후 일부 계열사의 대표이사 및 주요 임원 인사 교체 및 이사회 전열을 재정비하며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이번 삼표시멘트 이전상장 역시 이사회 경영이나 ESG 경영 측면에서 좀 더 높은 수준을 충족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평가다.

삼표시멘트는 이번 이전상장을 이사회 중심 경영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사회 직속 조직으로 내부거래위원회와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운영해 경영 투명성 확대를 통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전상장을 통해 높은 규제 수준을 충족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사실을 입증해 일종의 인증 효과를 얻는 것과 동시에 기업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삼표시멘트가 코스닥 시장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IT 및 바이오 기술기업이 아니라 전통적 제조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라는 점 역시 이전상장에 대한 타당성을 더해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관투자가 유입 통한 기업가치 제고

또 하나의 주된 이유는 기업가치 제고다. 삼표시멘트 역시 이번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상장을 추진하는 대표적 이유로 주주 가치 극대화를 내걸었다. 주식 거래와 기관투자가 유입 활성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코스닥 상장기업의 유가증권시장 이전은 투자자 저변, 특히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투자가의 투자수요와 두 시장 간 인지도 및 평판의 차이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상장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공매도 세력의 주요 타깃에서도 벗어날 전망이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는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0개 종목,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50개 종목에 대해서만 공매도가 가능하다.

삼표시멘트는 그동안 공매도 비중 상위 30위에 줄곧 포함될 정도로 공매도 거래가 활발했던 종목이다. 여러 차례에 걸쳐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되는 등 곤욕을 치렀다. 유가증권시장 이전하면 시가총액 상위 200개 종목에 포함되지 않는 만큼 공매도 거래가 금지될 예정이다.

다만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상장이 주가 상승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2010년 이후 코스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기업은 총 15곳이다. 이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이후 오히려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전상장이라는 호재가 작동하기 어렵다.

삼표시멘트는 현재 주요 주주인 오너 일가들이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과 외아들인 정대현 삼표시멘트 사장이 각각 경영총괄과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대표이사는 전문경영인인 이종석 부사장이다.

삼표시멘트의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그룹 지주사 격인 ㈜삼표가 54.68%, 정대현 사장이 소유한 그룹 계열사인 에스피네이처가 4.75%를 보유하고 있다. 정도원 회장은 3.44%, 정대현 사장은 1.31%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정도원 회장은 ㈜삼표의 지분 65.99%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