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이어지면서 여름철 건강관리에 신경써야 할 때다. 특히 심·뇌혈관질환 및 고혈압 등 만성 질환자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김원 경희대병원 심장내과 과장(사진)은 심혈관 분야 명의로 통한다. 경희대병원 심장내과 과장으로 재직 중이며 대한순환기학회, 유럽 심장학회, 미국 심장병학회 등 다양한 학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은 어떤 병인가.“관상동맥의 경화로 혈류가 저하돼 심장근육의 산소 공급이 충분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협심증은 관동맥질환의 하나로 왼쪽 가슴의 불편감이나 통증을 동반한다. 급성심근경색증은 혈전에 의해 관상동맥 혈류가 막혀 심장근육에 괴사가 일어나는 병이다.”
▷돌연사도 비슷한 심장질환인가.“여러 원인에 의해 예기치 않게 심 기능이 정지된 게 급성 심정지인데, 조치를 취하면 회복할 수도 있다. 돌연사는 1시간 이내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것이다. 돌연사 원인은 급성심근경색증인 경우가 90%다. 치명적인 부정맥 때문이다.”
▷이런 심질환은 왜 발생하는가.“고지혈증과 고혈압, 흡연, 당뇨병 등이 주요한 위험 인자다. 이 밖에 가족력과 비만, 운동 부족, 육체적 및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다.”
▷중장년층에서 많이 생기는 것 같다.“미국 캐나다 등의 연구에 따르면 50대 남성의 허혈성심질환 발생 빈도는 10%다. 아시아권은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실제로는 60~7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최근 젊은 층의 비만이 많아지면서 젊은 사람들의 심장질환도 증가하는 추세다.”
▷여성에게도 빈번하게 발생하는가.“남성과 여성을 비교했을 때 발생 비율은 6 대 4 정도다. 여성은 폐경 후 10년쯤 지나면 혈관이 손상되기 때문에 그 이후부터 많이 발생한다. 60대 이후에는 여성도 방심할 수 없다.”
▷스트레스로 인해 심근경색이 생길 수 있나.“급격하게 발생하거나 반복되는 스트레스는 혈압과 심박수를 상승시키고 교감신경계 활성화를 유발한다. 이로 인해 혈관 내막이 손상되고 혈소판이 과응집된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어떤 증상을 동반하는가.“가슴 가운데를 쥐어짜는 통증이 대표적이다. 협심증은 통증이 곧 사라지는 데 비해 심근경색은 20분 이상 지속된다.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아주 심한 가슴 통증과 함께 식은땀, 메스꺼움 등이 같이 나타난다. 심근경색 환자들은 ‘태어나서 가장 아팠던 통증’이라고 한다.”
▷가슴 통증 외에 다른 증상은 없나.“고혈압이나 당뇨 환자는 증상이 명확하지 않고, 가슴이 답답하거나 체한 듯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호흡 곤란, 무기력증, 피로감, 소화불량,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슴이 아프면 무조건 심장질환을 의심해야 하나.“꼭 그렇지는 않다. 흉통을 유발하는 질환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내과 외래환자 중 50%는 역류성 식도염과 갈비연골염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돌연사는 80%가 집에서 발생한다. 심근경색 의심 증상이 생기면 무조건 119에 연락하고,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가야 한다. 얼마나 빨리, 제대로 심폐소생술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관상동맥이 막히면 어떤 시술을 해야 하나.“관상동맥중재술을 한다. ‘스텐트’라고 불리는 볼펜 스프링처럼 생긴 금속 쇠그물망을 삽입해 막힌 관상동맥을 뚫는 시술이다. 팔이나 다리 혈관을 통해 심장까지 들어간 다음 가슴에 흉터를 남기지 않은 채 막히거나 좁아진 심장 혈관을 치료한다.”
▷모든 사람이 스텐트 시술을 받을 수 있나.“동맥경화가 발생해 혈관이 좁아졌다고 해서 무조건 스텐트 시술을 하는 건 아니다. 혈관조영술 검사와 혈관 내 초음파 등을 통해 스텐트 시술 여부를 결정한다. 최근 약물 치료 효과가 향상돼 우수한 예후를 보이고 있다. 안정된 심혈관질환자는 약물로 치료하기도 한다.”
▷일상 속 실천 가능한 관리법은 뭐가 있나.“미국심장협회 연구에 따르면 신체활동이 증가하면 혈압이 3~4㎜Hg 감소했다. 또 신체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21% 낮고, 이로 인한 사망 위험은 3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주 150분 이상의 중간 강도 운동(빠르게 걷기 등)이나 75분 이상의 고강도 운동(달리기 등)을 해야 한다.”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사람이 많다. 심혈관질환자도 가능한가.“심혈관질환자는 아스피린 복용을 통한 예방적 효과가 클 수 있다. 하지만 심혈관병 발생 위험도가 높지 않은 사람과 60세 이상, 일반적인 사람들에겐 권장하지 않는다.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좋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