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도 서늘했던 영국이 사상 최악의 무더위를 맞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38도를 넘어서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통계 관측 363년 만에 최고기온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외선에 취약한 빨간 머리 소유자에게 영화관 공짜 티켓을 준다는 곳이 나올 정도로 영국 폭염 사태가 심각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날 런던, 케임브리지, 서리 등지에서는 한낮 최고기온이 37도를 넘어섰다. 같은 날 가장 더웠던 동부 서퍽 지역은 38.1도까지 올라가면서 역대 최고 기온에 근접했다.
현재까지 기록된 공식 최고기온은 2019년 7월 25일 케임브리지의 38.7도다. 퍼넬러피 엔더스비 영국 기상청장은 BBC에 "내일 영국 일부 지역에선 기온이 40도 이상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렇게 되면 영국 여름 기온이 공식 관측이 시작된 1659년 이래 36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폭염으로 영국인들의 일상은 혼란을 맞이하고 있다. 영국 철도시설공단(NR)은 안전상 이유로 철도 운행 속도를 제한했고, 노선 운행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경우가 속출했다. 영국 전국의 철도편 지연 및 취소 사례가 평소의 2배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이에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타격을 입어야 했다.
일부 공항에서는 폭염 여파로 활주로에 문제가 발생, 2시간 동안 모든 운항편이 중단되는 일도 생겼다. 또 영국 학교 약 200곳은 일시적으로 교실 문을 닫거나 조기 하교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영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영업을 중단한 음식점이나 음식 배달업체도 속출했다.
WP에 따르면 영화관 체인 '쇼케이스 시네마'에는 18~19일 빨간 머리를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영화 티켓을 공짜로 주는 행사를 열기로 했다. 빨간 머리 소유자들은 에어컨이 나오는 영화관으로 피신하라는 취지다. 2016년 영국 '웰컴 트러스트 생어 연구소'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붉은 머리와 하얀 피부, 주근깨를 가진 사람은 피부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 자외선 차단에 유의해야 한다.
이러한 영국 상황이 전해지자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에어컨이 거의 쓸모없는 가전으로 취급되는 영국에선 갑자기 찾아온 폭염으로 인한 피해에 더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지난해 영국 기업에너지전략부(BEIS)에서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가구 중 에어컨을 설치한 비중은 5% 미만에 그친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